[책마을] 팔고 싶다면 비합리적인 뇌를 유혹하라
1980년대 초 펩시는 눈을 가리고 코카콜라와 맛 대결을 하는 TV 광고를 내보낸다. 이 광고는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펩시의 시장점유율은 치솟았다. 안절부절못하던 코카콜라는 ‘뉴코크’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당시 돈으로 400만달러라는 거금을 들인 이 프로젝트에서 약 19만명에 달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맛 테스트를 실시한다. 이를 통해 뉴코크가 기존 콜라들보다 더 맛이 좋다는 것을 검증한 뒤 자신있게 출시한다. 하지만 옛날 코카콜라를 내놓으라는 소비자들의 원성에 뉴코크는 출시 3개월 만에 시장에서 사라졌다.

마케팅 역사상 가장 큰 실패라고 여겨지는 뉴코크는 기존의 마케팅 법칙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웠다. 효용 극대화를 추구하는 합리적 소비자라는 관점에서 맛도 더 좋아지고 19만명의 조사를 통해 완벽하다고 검증했는데 왜 참담하게 외면받았을까.

《왜 팔리는가》의 저자는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하는 이유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제기한다. 그리고 기존의 마케팅 법칙이 충분하게 설명하지 못한 소비자 행동의 비밀을 뇌과학에서 찾는다.

저자는 “뇌는 생존을 위해 정확하지만 느린 이성적 판단보다는 부정확하지만 빠른 감성적 판단이 작동하도록 설계됐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일단 감성의 뇌로 상품을 구매하고 나서 이성의 뇌로 그 행위를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닭가슴살 햄을 만든 기업의 예를 든다. 소비자들은 건강에 좋은 이 제품에 대해 좋다고 얘기하면서 사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신제품 대신 몸에 좋아 보이지 않는 기존의 빨간색 햄을 구매했다. 말로는 좋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사지 않았던 것이다.

비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소비자의 예는 많다. 홈쇼핑을 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주문 버튼을 누르고, TV를 사러 매장에 갔다가 원래 사려던 것보다 훨씬 큰 대형 TV를 들고 나온다. 새해마다 금연, 금주, 다이어트를 결심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이렇게 우리는 내 안의 다른 사람이 나를 움직이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한다.

그렇다면 소비자를 움직이는 ‘진짜 나’는 누구일까. 저자는 소비자의 행동을 결정하는 데 세 가지 절대동기가 뇌에 입력돼 있다고 말한다.

소비자는 경쟁자보다 우월하고 싶은 ‘파워에지’, 항상 새로움을 찾는 ‘뉴에지’, 위험 회피를 추구하는 ‘리스크에지’의 영향에 따라 상품을 선택한다는 것.

예를 들면 고급차를 찾는 것은 파워에지를 추구하는 것이고, 컨버터블 같은 차를 선호하는 것은 뉴에지의 영향이며, 경차나 승합차를 구매하는 것은 리스크에지의 영향이라는 것이다.

상품별로는 자동차·와인·화장품은 파워에지, 패션·오락·여행은 뉴에지, 칫솔·화장품 등은 리스크에지가 중요하다. 따라서 마케터들은 감정의 뇌에 따라 시장을 세분화해 차별적인 방향으로 마케팅 전략을 짜야 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