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S개발이 신세계 롯데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건설할 예정인 파이시티 조감도.
STS개발이 신세계 롯데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건설할 예정인 파이시티 조감도.
비즈니스의 세계에선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 유통업계 맞수로 전국 곳곳에서 ‘영토 전쟁’을 벌이던 롯데와 신세계가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옛 화물터미널)에서 기묘한 동거를 하게 됐다.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마트가 참여한 STS개발 컨소시엄이 3일 파이시티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다. 두 회사는 사업 시행사인 STS개발과 임대차 계약을 맺고 각각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운영하게 된다. 강남의 초대형 유통단지를 사실상 공동 운영하게 되는 셈이다.

두 회사의 동거는 애초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STS개발은 총 76만㎡ 규모의 파이시티 단지 중 26만4000㎡를 쇼핑시설로 만들기로 하고 일찌감치 신세계를 백화점 부문 파트너로 정했다. 대형마트 중에서는 홈플러스가 컨소시엄에 참여했다가 막판에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벌 신세계-롯데, 파이시티서 '묘한 동거'
롯데는 당초 롯데자산개발이 사업 시행사를 맡아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등을 파이시티에 함께 입주시킨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백화점과 시네마의 사업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최종 입찰을 포기하고 롯데마트만 STS개발 컨소시엄에 참여시키기로 방침을 바꿨다. 파이시티에서 불과 4㎞ 떨어진 곳에 롯데백화점 강남점이 있고 잠실에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를 짓고 있다는 점도 감안됐다.

신세계 관계사인 이마트는 파이시티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곳에 양재점이 있어 처음부터 사업에 참여할 의사가 없었다. 또 다른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현대백화점은 2015년 개장 예정인 판교점과 상권이 겹친다고 판단, 파이시티 인수를 포기했다.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마트의 동거는 양측이 ‘윈윈’할 수 있는 조합으로 평가된다. 계열사만큼의 시너지를 내지는 못하겠지만 백화점과 마트가 함께 입주함으로써 집객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신세계는 서울 반포동에서 양재동까지 이어지는 ‘종단 정책’을 완성, 강남 상권에서 경쟁사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신세계는 지난해 10월 강남점이 있는 센트럴시티 지분 60.02%를 인수한 데 이어 올 4월 센트럴시티를 통해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지분 38.74%를 인수했다. 이르면 내년에는 강남점 증축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신세계는 강남점과 비슷한 11만㎡ 규모로 파이시티 안에 백화점을 지을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강남 상권을 공략하면서 이마트 양재점까지 견제할 수 있는 거점을 확보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유통업 규제로 출점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대형 상권에 점포를 낼 수 있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파이시티에는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마트 외에 유니클로 자라 등 제조·직매형 의류(SPA·패스트패션) 매장과 극장 등 엔터테인먼트 시설, 음식점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STS개발 측은 “판매시설 면적의 100%에 대해 임대차 계약을 완료했거나 입점 확정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STS개발은 2004년부터 대형 판매시설 위주로 50여개의 상업시설을 개발한 전문 시행사다. 판매시설 운영자를 사전에 결정하고 개발을 진행하는 ‘빌드 투 슈트(build to suit) 개발’ 방식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으며 파이시티 사업도 이 같은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유승호/정영효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