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무엇보다 소중한 '나'라는 존재
아빠에게 받은 묵은 상처를 드러내면 자신이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지혜, 엄마를 대신해온 언니의 간섭 때문에 타인과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는 해인, 이상적인 자기 모습을 상정하고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노력하는 미수, 외로움과 관계에 대한 불신 때문에 유아독존적인 성향을 보이는 미란.

《당신으로 충분하다》는 상처와 고민을 안고 사는 30대 여성 네 명과 정신과 의사 정혜신 씨가 집단 상담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여섯 차례에 걸쳐 이뤄진 상담에서 이 여성들은 자기 감정과 느낌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며 덮어뒀던 상처를 드러낸다. 모르는 사람들끼리 자신을 활짝 열어 상호작용을 통해 지지와 공감을 얻어가며 이들은 조금씩 아픔을 치유해간다.

상담 참석자들은 모두 사람들과 관계 맺기를 힘들어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저자는 조력자의 입장에서 이들의 대화를 돕는다. 치유가 한 명의 의사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치유 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치유한다. 저자는 ‘모든 인간은 치유적 존재다’라는 명제를 새삼 깨닫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들은 제각각 다른 이유로 현재의 자신에게 완벽한 기준을 요구하며 살아간다. ‘나는 30대니까, 나는 장녀니까, 나는 선생님이니까’라는 자기 규정에 갇혀 꼼짝달싹 못한다. 이른바 ‘슈드 비 콤플렉스(should be complex)’다. 저자는 이런 콤플렉스에 지나치게 휘둘리지 말고 나름의 자유를 충분히 누리라고 조언한다.

책의 전반적인 메시지는 사람이 어떤 상처를 지녔든, 어떤 결핍이 있든 자신은 상처보다 훨씬 큰 존재라는 것이다. 이들은 처음에는 상처가 됐던 경험들, 억울한 감정, 분노했던 마음을 드러내면 너무 수치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감정을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점차 안정감을 느끼고, ‘내가 노력할 필요가 없구나, 나 자체로도 괜찮구나’라는 걸 조금씩 실감하며 치유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간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