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총장 이용구·사진)가 전국 대학 최초로 교수들의 강의를 점검·관리하는 ‘커리큘럼 평가위원회’를 도입한다. 학기 말 종강 때 수강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 평가와 달리 교수와 학생, 외부 전문가가 함께 학기 시작에 앞서 강의 내용 구성부터 사전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교수의 전유물로 여겨져온 강의 구성권에 대학 본부가 관여하겠다는 이 시도가 대학 강의 수준 향상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한상준 중앙대 교무처장은 19일 “이용구 신임 총장 주도로 강의 구성과 내용을 점검하는 커리큘럼 평가위원회 설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처장은 “외부인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대학 내 5개 계열별로 설치해 올해 강의를 점검한 후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커리큘럼으로 재구성하게 할 계획”이라며 “내년 강의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강의 내용과 구성은 수업을 맡은 교수의 독점적인 영역으로 인식돼 왔다. 이 때문에 대부분 대학의 강의 평가는 수업 내용이 제대로 전달됐는지 등에 관해 사후적으로 학생의 만족도를 조사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외부 강사는 강의 평가가 낮으면 재계약을 못 할 수 있지만 정년 보장을 받은 교수는 강의 평가 성적이 좋지 않아도 실질적인 불이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앙대가 신설하는 커리큘럼 평가위원회는 기존 강의 평가와 달리 교수와 위원회가 함께 대학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강의를 새롭게 편성하는 방안이다. 예컨대 경제학원론에서 전통적인 수요·공급에 의한 가격 결정을 주로 가르칠지 게임이론과 같은 최신 이론을 중심으로 할지 교수와 위원회가 사전에 협의하는 것이다. 한 처장은 “강의가 학생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위원회는 강의를 없애거나 두세 개 강의를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조정 역할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위원회는 동료 교수와 학생, 외부 전문가가 참여해 강의가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도록 유도한다. 공학계열 위원회에는 기업 엔지니어가, 경영·경제계열 위원회에는 회계사나 벤처기업가가 참여하는 식이다. 해당 학문 분야에서 역량이 뛰어난 다른 대학 교수도 평가 위원으로 초빙할 계획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