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사과 이론은 틀리지 않았다.’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5일(현지시간) 나스닥시장의 S&P500지수도 0.96% 오른 1539.79를 기록했다. 하지만 막판에 힘을 쓰지 못해 사상 최고치(2007년 10월9일 1565.00)는 돌파하지 못했다. 애플이 10.42% 폭락한 영향이 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나의 썩은 사과가 바구니에 담긴 전체 사과를 썩게 한다는 ‘썩은 사과 이론’에 비유하며 “애플의 실적 부진이 S&P500지수의 발목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9월19일 이후 이날까지 S&P500지수는 5.4% 올랐다. 애플이 시가총액 1위에 등극하면서 상당 부분 밀어 올렸다는 분석이다. 같은 기간 다우존스지수는 S&P500지수와 벌어지는 상승률 격차에 체면을 구겼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애플이 실적 부진을 겪으며 상황이 반전됐다. WSJ는 “이 기간 애플의 하락률을 제외하면 S&P500지수는 5일까지 7.7% 오른 1573으로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은 S&P500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의 시가총액 순위에서 엑슨모빌에 이어 2위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4048억7000만달러에 달했다. 아이폰5 출시 이후 700억달러나 줄었으나 S&P500 종목 전체에서 3.9%, 정보기술(IT) 관련주 중에서 19%의 비중을 차지했다. 덩치가 큰 만큼 애플 주가는 S&P500지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시장은 이제 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지 주목하고 있다. 다우존스지수는 상장종목이 1만개가 넘는 뉴욕증시에서 단 30개 종목의 주가로 지수를 산출한다. 이 때문에 다우존스지수만으로 시장 전체의 흐름을 파악하기는 힘들다. 나스닥지수나 S&P500지수는 전체 종목을 대상으로 지수를 산출, 시장 흐름을 파악하는 데 더 요긴하다. 대부분의 상장지수펀드(ETF)가 S&P500지수 움직임을 더 주목하는 이유다.

라이언 데트릭 섀퍼스인베스트먼트리서치 애널리스트는 “(하나의 지수만으로 시장의 흐름을 충분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S&P500지수가 최고점을 찍지 못하면 다우의 랠리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이른 시일 내에 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