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소녀 새러 드류의 어머니인 로리는 또 다른 13세 소녀 메건이 자신의 딸에 관해 나쁜 이야기를 인터넷에 퍼뜨리고 있다고 믿었다. 로리는 조시 에반스라는 가공의 16세 남자아이를 지어내 메건을 사이버 대화에 끌어들였다. 로리는 메건을 골탕 먹이거나 창피를 줄 생각이었지만 가공의 인물 조시가 갑자기 대화를 끊어버리자 메건은 목숨을 끊었다.

우리 사회에서 자주 겪는 인터넷의 비극이다. ‘다중지능이론’의 창시자인 하워드 가드너 하버드대 교육심리학과 교수는 《진선미-되살려야 할 인간의 가치》에서 수많은 정보가 떠도는 디지털 시대에 사회가 건강하게 존속되려면 인간이 전통적으로 추구해온 가치인 진선미(眞善美)를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진선미의 가치가 크게 훼손된 원인을 포스트모더니즘과 디지털 미디어의 범람에서 찾는다. 기존 질서를 반박한 포스트모더니즘은 진선미의 가치까지 오만하다고 무시했으며, 인터넷은 가치를 혼란스럽게 한 주범이라는 것.

저자가 말하는 진선미는 고정된 개념이 아니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유기적 생물체 같은 가치다. 그는 새로운 지식에 비춰 언제라도 기존 진리를 수정할 준비를 하라고 조언한다. 미와 관련해서는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면서 예술적 속성의 한계를 인정하라고 말한다. 또 선의 실천을 위해 각자 역할에 충실하면서 상대를 배려하는 윤리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도 원래 약속했던 바를 책임 있게 수행하느냐가 윤리를 판가름하는 기준이라는 것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