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번호판이 신경쓰이신다고요? 걱정마세요. 다른 번호로 뽑으실 수 있습니다.”

직장인 김기현 씨(38·서울 상도동)는 얼마 전 렌터카 회사 직원의 말에 솔깃했다. 렌터카에 부여하는 ‘허’ 번호판이 품절돼 다른 기호를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김씨는 할부 구매보다 저렴하게 새 차를 살 수 있는 개인 장기 렌터카 상품이 마음에 들었지만 ‘허’ 번호판 때문에 망설였다. 그러나 다른 번호로 바꿔준다고 해 망설임 없이 렌터카를 계약했다.

렌터카 회사들이 번호판 때문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렌터카의 번호판 공급이 부족해 기존 ‘허’ 외에 ‘하’와 ‘호’ 자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허’ 번호에 거부감을 갖던 고객들이 렌터카 시장으로 유입되는 효과를 낳고 있다. 강영화 현대캐피탈 오토리스기획팀장은 “새로운 기호가 렌터카로 잘 알려지지 않은 데다 ‘하’와 ‘호’라는 단어의 어감이 좋아 고객들이 좋아한다”며 “법인뿐만 아니라 개인 고객의 문의도 많다”고 전했다.

‘허’ 기호를 사용할 수 있는 자동차 번호는 71만개. 이 중 현재 도로에 운행 중인 29만개와 말소된 12만개 등 41만개가 사용됐고 앞으로 30만개가 남았다. 연간 새로 렌터카 시장에 풀리는 자동차가 10만대를 웃돌고, 2~3년 주기로 장기 렌트 계약이 끝나는 물량을 감안하면 3년도 안돼 ‘허’ 번호가 바닥날 상황이다. 정부는 렌터카 번호 대란을 막기 위해 일찌감치 ‘ㅎ’ 계열의 추가 기호를 확보하기로 했다.

렌터카 업체들은 최근 공격적으로 차량을 구입해 보유 대수를 늘리는 한편 ‘허’ 번호판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킨 마케팅을 준비 중이다. 현대캐피탈은 올해 경기 침체로 중대형차 판매가 줄자 기아차 K7, 현대차 그랜저 등 신차를 렌터카와 리스 물량으로 확보했다. 연간 2만대가량 차를 구입하는 KT금호렌터카도 밀어내기 전략으로 새로운 번호를 공급하고 마케팅을 강화한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