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던 김모씨(50)는 지난해 초 장사가 잘되자 점포를 확장하기 위해 A은행 마이너스통장으로 3000만원, B저축은행과 C캐피털에서 사업자 대출로 각각 8000만원과 9000만원 등 총 2억원을 대출받았다. 줄곧 신용등급을 1~2등급으로 유지했던 덕분에 어렵지 않게 대출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김씨의 점포 주변에 비슷한 옷을 파는 대형 매장이 들어선 데다 경기마저 꺾여 손님이 뚝 끊겼다. 매장 운영을 위한 자금 융통이 어려워진 그는 올 들어 신용카드로 ‘돌려막기’를 하다 결국 지난 8월부터 연체를 했고, 90일 만인 이달 초 은행연합회에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로 등록됐다.

신용등급 체계에서 최우량등급으로 분류되는 1~2등급 중 지난 1년간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개인이 약 1만4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량한 신용거래 실적을 보유하고 있던 개인들마저 한순간에 신용불량자가 될 만큼 경기가 악화했다는 분석이다.

2일 나이스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신용 1등급의 불량률은 6월 말보다 0.01%포인트 증가한 0.07%로 나타났다. 2등급의 불량률도 9월 말 0.16%로 6월 말 대비 0.02%포인트 늘었다. 불량률이란 측정 시점 전 1년 동안 90일 이상 연체해 새로 신용불량자가 된 비율을 의미한다. 9월 말 기준 1등급이 584만2924명, 2등급이 596만103명인 점을 감안하면 1등급과 2등급에서 각각 4090명, 9536명이 1년 새 신용불량자가 된 셈이다.

전체 등급의 불량률은 6월 말 2.12%에서 9월 말 2.21%로 0.09%포인트 높아졌다. 작년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1년간 전체 신용평가 대상자(4194만2831명) 중 92만6936명이 신용불량자로 등록됐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는 직장인보다 자영업자들이 사업 확장 등을 위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았다가 갚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