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잡겠다고 국민 혈세 '펑펑'…관세 면제해주며 日 휘발유까지 수입
관세 3% 면제에 힘입어 일본산(産) 경유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휘발유까지 일본에서 들여와 논란이 일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은 올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10%를 차지한 수출 1위 품목이다. 정유사들이 품질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수출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기름값을 잡는다며 세금으로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식경제부가 한국석유공사를 통해 중국 페트로차이나로부터 직수입한 휘발유 10만배럴이 품질검사와 통관을 마치고 전자상거래 시장에 공급되고 있다. 석유제품 전자상거래는 정유사와 수출입업자, 대리점과 주유소가 참여해 경쟁매매방식으로 휘발유와 경유를 인터넷으로 사고 파는 시장이다. 이 수입 휘발유는 석유공사가 394곳의 알뜰주유소에 2~3개월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시장 반응을 보고 추가 수입을 검토할 것”이라며 “올 연말까지 직수입과 삼성토탈 휘발유 물량의 알뜰주유소 공급 비중을 50%까지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휘발유가 일본산인데다 재처리 비용 등이 더해져 기름값 인하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게 정유업계의 주장이다. 페트로차이나가 한국에 공급하는 휘발유는 JX에너지 오사카 정제공장에서 나온다. 페트로차이나는 JX에너지 오사카 정제공장의 지분 50%를 갖고 있다. 중국산 휘발유는 국내 휘발유 품질기준에 맞지 않아 수입할 수 없다.

이 일본산 제품도 그 자체로는 국내 기준에 적합하지 않아 싱가포르산 나프타와 대만에서 섞어 한국에 들여온다. 지경부 관계자는 “일본산 휘발유 60%와 싱가포르산 나프타 40%를 대만에서 섞었다”며 “석유관리원의 품질검사를 통과해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정유업계에선 정부가 석유공사를 통해 휘발유까지 일본에서 들여오는 데 세금을 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경부는 정유사 공급가격 대비 ‘상당 수준’ 인하된 가격으로 공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업계 관계자는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왜 정유사들이 앞서 시도해보지 않았겠느냐”고 되물었다. 이 관계자는 “소비 위축으로 일본의 휘발유 가격이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낮다고 해도 세금 혜택이 없다면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국내에서 충분히 조달 가능한 휘발유를 굳이 2차 처리까지 해서 수입해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정부가 지난 7월 수입 석유제품에 세제 혜택을 주면서 국내로 들어오는 일본산 경유도 크게 늘고 있다. 일본산 경유는 올 1월 4만770배럴에서 9월 93만2000배럴로 20배가량 증가했다.

정부는 관세 3% 면제에 ℓ당 수입부과금 16원을 환급해주고 바이오디젤 혼합의무도 면제시켜 주고 있다. 이를 통해 받는 혜택은 ℓ당 53원 정도다. 7월부터 3개월간 수입된 일본 경유가 231만6000배럴이니 총 195억465만원 규모의 세제 혜택을 준 셈이다.

덕분에 일본산 경유의 전자상거래 평균가격은 정유사 공급가에 비해 ℓ당 60~103원 낮다. 그러나 전자상거래에 참여한 대리점과 거래한 주유소의 경우 전국 평균 판매가와의 차이는 ℓ당 2.79원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산 경유를 유통시키는 4개 대형 수입사가 전자상거래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며 “전자상거래를 통해 ℓ당 50원 넘는 세제혜택을 받으면서도 유통단계인 도·소매업에서 다 흡수되니 소비자에겐 가격인하 효과가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