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이 없으면 기업가도 없다. 기업가적 성취가 없으면 자본가의 이윤도, 추진력도 없다. 산업혁명, 곧 혁신의 기류는 자본주의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요소였다.”(조지프 슘페터 ‘경기순환론’ 중)

21세기의 자본주의 현상과 기업 경영에 대한 사고는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1883~1950)에게 빚진 게 많다. 고(故) 스티브 잡스의 성취로 보통사람의 일상에까지 깊숙이 파고든 ‘혁신’과 ‘기업가 정신’ ‘창조적 파괴’ 등의 개념이 다 슘페터의 유산이다. 같은 해 태어난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나드 케인스(1883~1946)의 국제적 명성에 가려져 있던 슘페터란 이름이 갈수록 부각되는 까닭이다.

슘페터와 케인스 탄생 100주년이던 1983년 경제잡지 포브스는 당시 세계를 휩쓴 경제 변화에 적절한 지침을 제공한 인물로 케인스가 아닌 슘페터를 꼽았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슘페터의 저작에 대한 인용이 케인스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대선 후보들의 경제 정책 공약과 맞물려 혁신이란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혁신의 예언자》는 기업 경영의 의미와 자본주의의 본성에 대한 통찰을 남긴 슘페터의 삶과 경제 이론을 살핀 책이다. 퓰리처상을 받은 경영사가인 토머스 매크로가 슘페터가 남긴 편지, 강의록, 연설, 기사, 논문 등을 근거로 슘페터의 대표 저작을 둘러싼 비화와 그가 제시한 개념이 나오게 된 연원, 그의 학문적 처세와 사랑 이야기까지 모두 담아낸 전기다. 경제학자로서의 슘페터만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당대 사회의 초상을 아우르고 있다.

저자는 슘페터가 스물여덟 살에 쓴 《경제 발전의 이론》을 들여다본다. 이 책에서 슘페터는 자본주의란 현실 속에서 기업가가 차지하는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파했다. 그가 말하는 기업가는 일상적인 생산과 소비의 과정을 단순히 지켜보는 인물이 아니다. 부자가 되고 싶다거나 쾌락주의적 동기에서 행동하는 사람도 아니다. 미래를 만들어가는 주인공이며, 자신만의 왕국, 즉 한 가업(家業)을 건설하고 싶은 꿈과 의지가 있는 인물이다. “베버가 말하는 카리스마적 지도자와 공통점이 있으며, 니체의 초인에는 조금 못 미치는 인물”이란 게 저자의 평가다.

또 슘페터는 “기업에 대한 개입은 안정적인 경제를 허구로 만드는 데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개입이 있으면 균형이 이루어진다는 생각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속적인 균형의 붕괴’가 경제 발전의 기초가 되며 자본주의의 본질을 이룬다고 본 것이다. 이어 “여태껏 가장 위대한 혁신이란 소비를 억제하는 근검절약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성공적 혁신 자체에서 얻어지는 자금(이윤)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자는 슘페터의 대표저작인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의 기초를 놓은 《경기순환론》도 펼쳐본다. 슘페터는 자본주의의 신기원을 이룩한 미국 영국 독일 세 나라의 자본주의적 과정을 추적한 이 책에서 ‘기업가와 이윤’을 논했다. ‘기업가적 이윤’이야말로 기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동기부여라는 것이다. 혁신을 만들어낸 기업가는 또 다른 혁신과 특허, 광고 등으로 자기의 이윤을 보존하고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이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에서 언급한 ‘창조적 파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가 펼쳐 보이는 슘페터의 대기업에 대한 생각도 관심을 끈다. 슘페터는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에서 1930~1940년대 문제시되던 산업구조의 과점화와 관련, “대중의 삶의 질이 크게 나아진 것은 대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하던 시기에 이루어졌다”고 썼다. 또 “대기업은 소비자의 이익을 빼앗기보다는 오히려 그 이익을 늘렸다”는 내용도 담았다. 슘페터가 그 이유를 설명하며 도입한 게 창조적 파괴란 개념이다.

슘페터는 “기업의 조직적인 발전이야말로 창조적 파괴라는 산업화의 변화를 잘 설명한다”며 “경제 구조 안에서 반복돼 나타나는 혁신과 파괴와 창조의 과정은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요소이며 핵심”이라고 했다. 슘페터가 대기업이 이룩한 일반적인 성공 요인으로 꼽은 것은 독점적 이윤이 아닌 연속적인 기술혁신과 조직적 구조의 변화였다.

슘페터는 “대기업을 한 시점이란 단기적 차원에서 평가하는 것은 실익이 없는 행위이며 기업 전략은 끊임없는 변화의 바람 속에서 행해지는 측면으로 분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