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인 2002년. '의리파' 배우 김보성(사진)씨는 코미디영화 '울랄라시스터즈(감독 박제현)'의 막바지 촬영을 위해 대기하던 도중 비보를 전해 듣게 된다. 미리 투자해 놓은 한 기업의 주권매매거래가 돌연 정지된 것이다.

결국 이 종목은 한국거래소로부터 '증시 퇴출' 통보를 받았고, 그는 하루 아침에 약 3억원을 잃어버렸다. 그는 그러나 그날 영화에서 맡은 '네모클럽' 사장 김거만 역할을 소화해내기 위해 웃는 얼굴로 촬영 내내 코믹 댄스를 춰야 했다.

'의리파' 김보성 "24억 잃고도 주식 또 사는 이유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데요. 3억원 어치 사둔 주식이 '휴지조각'이 됐다는 소식을 접하고도 웃는 얼굴로 금색 반짝이 나이트 복장을 입고 '영감~ 왜 불러~'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죠. 그때 '아! 개그맨들의 비애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가 그간 주식시장에서 24억원 가량의 돈을 잃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렇지만 그는 직접매매로 이미 거액의 손실을 보고도 여전히 주식 매매를 거의 유일한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온라인미디어 <한경닷컴>은 지난 7일 김보성씨를 만나 파란만장한 주식투자 경험을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이고, 지금도 주식 투자에 열중하고 있는 이유는 또 무엇 때문인지 진솔한 속내를 들어봤다.

그는 "다소 섣부른 직접투자로 많은 돈을 잃게 돼 일명 '주식의 머피'로 불리고 있지만, 앞으로는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주식의 대부'란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꼭 주식시장에서 일어서겠다"고 말했다.

사실 그는 과거 주식투자로 아픈 경험이 많다. "승률로 따지면 80%는 이기는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그런데 주가가 오를 땐 투자금이 적고, 빠질 땐 투자금이 커서 손실액이 항상 더 컸다는 게 문제다. 그가 한 때 주식의 '머피'로 불렸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투자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도 많다. 김 씨가 스스로 가장 많이 강조하고 있는 투자원칙 중 하나는 '미수 거래, 신용 거래, 주식 담보 대출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한 투자자문회사에 자금을 맡겼는데 이 투자자문사가 김 씨의 허락도 없이 미수 거래를 반복했고, 결국 반대매매로 이어져 큰 손해를 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투자 종목에 대한 분석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 회사를 직접 탐방도 해보고, 기술적 분석을 위해 복잡한 그래프도 연구한다. 3년 간 꾸준히 수익을 냈는지, 기업과 관련한 기존 분석 자료는 있는지 조사하고 지인들과도 논의한다고 했다.

그는 "국내에서 부흥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함께 미국 경기가 살아난다면 경기민감주, 에너지주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 년 간의 경험과 자신감으로 주식의 '대부'가 되고 싶다는 것이 이제껏 주식시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그의 최종 목표다. 실제로 비영리단체인 '소액주주연구회'의 이사도 맡고 있는 게 그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이 저를 보며 '다시 일어설 수 있구나', '주식투자에서 승리할 수 있구나' 하는 기분 좋은 희망들을 눈으로 보고 얻었으면 좋겠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러한 다짐의 일환으로 그는 오는 17일부터 11월 2일까지 18주 동안 실제 1억원을 가지고 일반투자자들과 매매 경쟁을 벌이는 국내 최초 증권사 실전투자대회에 연예인 자격으로 결선에 뛰어들었다.

가수 토니안과 개그맨 양세형도 합류한다. 이들은 대회 기간 중 탈락 규정인 '로스컷(손절매) 룰(25%)'만 피해 이익을 낼 경우 최대 100%, 최소 80%까지 자신의 수익금을 챙겨갈 수 있다.

김보성씨는 "이번 대회에서 목표수익률은 200%"라며 "그렇게 하기 위해 우선 지난 3년 간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는 우량기업들을 선별한 뒤 기술적 분석까지 가미해 최우선 선호주(株)들을 구별해 투자할 것"이라며 뚜렷한 매매 전략을 내놨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 정현영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