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예금하거나 대출을 받으려면 은행에 가야 하고 주식투자를 하려면 증권사를, 보험에 가입하려면 보험사를 각각 이용해야 합니다. 금융회사도 백화점처럼 한 군데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면 상당히 편리할 것 같은데, 왜 그러지 않을까요? 외국에도 한 곳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그런 금융회사는 없는지 궁금할 겁니다. 이번주는 송상진 한국은행 거시건전성분석국 금융제도팀 과장이 금융겸업에 대해 설명합니다.

A. 우리나라는 한 금융회사가 모든 종류의 금융업무를 취급할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고객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겸업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각각의 산업을 균형있게 발전시킨다는 취지도 있죠. 하지만 최근 국내에는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겸업제한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면 해외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융안정 측면에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죠.

◆금융의 겸업주의와 전업주의

하나의 금융회사가 제공할 수 있는 업무의 종류를 어떻게 제한하느냐에 따라 겸업주의와 전업주의로 구분합니다. 겸업주의(universal banking)는 한 금융회사가 은행, 증권, 보험 등 여러 금융서비스를 취급할 수 있죠. 반면 전업주의(specialized banking)는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이 각각 해당하는 고유의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방식이에요.

과거 금융업무가 단순했던 시기에는 대다수 금융회사들이 고객들에게 여러 가지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금융회사가 겸업을 통해 얻은 정보(내부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보면서 고객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부작용이 나타났죠. 금융회사들이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자신들의 배만 불렸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겸업형태를 제한할 필요를 느끼게 됐어요. 우선 미국의 경우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을 계기로 ‘글라스-스티걸법(Glass-Steagall Act)’을 제정(1933년)해 은행업과 증권업을 분리했습니다. 이는 일본, 한국 등 각국의 금융제도와 금융산업에 큰 영향을 미쳤어요.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미국에서 은행의 증권업무가 금지되면서 증권사가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에요. 증권사들은 자신들에게만 허용된 고수익·고위험 증권 관련 업무를 바탕으로 금융혁신을 주도해 갔습니다. JP모건 씨티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등과 같은 대형은행 외에도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등과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IB)이 나타났어요.

독일, 스위스 등 유럽국가들은 미국과 달리 겸업제도를 계속 유지했습니다. 대신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그에 따른 위험에 대비했어요. 그 결과로 도이치뱅크, UBS 등과 같은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금융산업이 발전했어요.

◆위기 이전의 세계 겸업화 추세

1970년대로 접어들자 전업주의가 비교적 잘 유지됐던 미국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전업주의를 계기로 성장했던 증권사가 수익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금융혁신, 규제회피 등을 통해 은행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한거죠. 은행 역시 증권업에 발을 담그는 등 각 금융회사들이 서로 다른 권역의 수익성 있는 업무 영역을 경쟁적으로 잠식하게 됐습니다. 결국 미국에서는 1999년 금융회사의 겸업을 다시 허용하는 ‘금융서비스현대화법(Gramm-Leach-Bliley Act)’이 만들어졌죠. 금융그룹을 통한 겸업을 허용하는 대신 겸업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한 금융회사가 여러 업무를 직접 겸업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은 겁니다.

이런 방식의 겸업은 미국뿐만 아니라 겸업을 제한하던 다른 국가들로 퍼져갔죠. 영국에서는 1987년 런던증권시장 개혁을 골자로 하는 금융빅뱅이 단행됐고, 일본과 한국은 각각 1998년과 2000년 금융지주회사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겸업 제한

세계적인 조류로 자리 잡아가던 금융겸업 추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또 한 번 방향을 바꾸게 됩니다. 이는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금융회사의 과도한 금융겸업 확대가 지목됐기 때문이죠. 특히 미국의 폴 볼커 전 중앙은행 의장, 영국의 머빈 킹 영란은행 총재 등 금융계의 주요 인사들이 금융안정을 위해 은행과 증권 업무를 분리할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이후 미국, 영국 등 주요국에서는 위기재발을 막기 위해 그 동안의 금융자유화 기조를 재점검하고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게 됩니다. 그 결과 미국은 은행부문이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운영업무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볼커룰’을 도입했어요. 영국은 예금, 주택자금대출 등의 은행업무를 증권투자 부문에서 안전하게 떼어내는 ‘소매은행업 격리 제도’를 마련했죠. 또한 금융안정위원회(FSB)를 비롯해 금융규제를 담당하고 있는 국제기구에서도 금융겸업을 하는 금융회사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규제를 강화해 가고 있습니다.

송상진 < 한국은행 금융제도팀 과장 >

■ 독자퀴즈

문제 다음 중 금융회사의 겸업을 제한하려는 이유가 아닌 것은 무엇일까요?

(1) 금융산업의 균형적 발전 (2) 고객피해 방지 (3) 금융회사의 경쟁력 강화 (4) 금융안정


▶퀴즈 응모요령 : ‘한경닷컴 재테크’(http://www.hankyung.com/ftplus) 코너에서 매주 토요일까지 정답을 맞힌 응모자 중 추첨을 통해 10분께 CGV 영화상품권을 2장씩 드립니다. 당첨자는 매주 월요일 한경닷컴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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