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의 ‘대선 불출마 협박’ 폭로로 최대 피해를 입은 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로 나타났다. 안 원장의 지지율은 미세하게 떨어졌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지지율이 소폭 상승했다.

7일 실시한 리얼미터·JTBC 여론조사 결과 다자대결에서 박 후보 지지율은 42.4%로 기자회견이 진행된 전날(40.7%) 대비 오히려 1.7%포인트 올랐다. 반면 안 원장 지지율은 23%로 전날(23.2%)보다 되레 0.2%포인트 떨어졌다. 문 후보 지지율은 17.5%로 전날(17.3%) 대비 0.2%포인트 올랐지만 기자회견 전날(18.8%)에 비해선 1.3%포인트 하락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 후보 입장에서는 이 여파가 큰 악재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며 “안 원장의 기자회견으로 결과적으로는 지지율이 하락한 문 후보에게 불똥이 튀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안 원장과 문 후보 양자구도에서 지지율 격차가 기자회견 3일전 9.1%포인트였던 게 전날 2.7%포인트로 좁혀지니까 격차를 벌리기 위해 기자회견을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안 원장에게 박 후보와의 싸움은 해볼 만한데 문 후보와의 ‘준결승’이 만만한 싸움이 아니다”고 분석했다.

실제 문 후보 캠프는 안 원장 측 기자회견에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문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금태섭 변호사의 기자회견으로 안 원장의 대선 행보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며 “문 후보가 당내 경선에 붙잡혀 충분히 강해지기도 전에 안 원장이 속도를 내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송호창 의원이 불법사찰 전면에 나서는 것이나 당이 이를 쟁점화하는 게 과연 적절한지 모르겠다”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목희 공동선대본부장도 “기자회견을 왜 하필 민주당 전남·광주 경선이 진행된 시간에 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날 문 후보 캠프에서는 ‘안철수 대응팀’을 만들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민주당은 겉으로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등 안 원장을 엄호하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반(反) 박근혜’ 공동전선에 나섰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이번 사건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면 ‘안 원장 띄워주기’로 박근혜-안철수의 양강구도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안 원장 측의 폭로를 “고도의 계산된 구태정치”라고 규정하며 반격에 나섰다. 크게 손해볼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박 후보 측 일각에서 정면돌파 수단으로 국정조사에 선제적으로 나서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이 이번 사건을 정치사찰로 규정하고 국정조사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먼저 나설 경우 협박 내용을 중심으로 한 ‘안철수 검증’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백기승 공보위원은 “사찰 여부에 대해 규명하다 보면 안 원장의 이러저러한 의혹도 함께 나올 테니 그런 부분은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측은 이날 새누리당에 대한 추가 대응은 삼간 채 여론을 예의 주시했다. 안 원장의 공보 담당인 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이 불출마 협박을 친구 간의 사적 대화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그들이 원하는 게 그것”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다만 추가 대응에 대해선 “새누리당이 밝히고 조치할 일로 더 새롭게 말할 것은 없다”며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란/도병욱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