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와 일리노이 인디애나 미시간 미주리주에 걸쳐 있는 이른바 ‘콘 벨트(Corn Belt)’는 미국이 농업대국임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전 세계 옥수수 생산량의 36%, 수출량의 44%를 차지한다. 콘벨트가 개발된 것은 채 200년도 되지 않는다. 원래 불모지였지만 농장화시킨 것은 발명가 사이러스 매코믹의 수확기 덕이었다. 그는 19세기 중반 영국의 흉작으로 옥수수와 밀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수확기 보급에 나섰다.

수확기는 인부 20명의 일을 처리하는 획기적인 기계였다. 매코믹은 시카고에 공장을 짓고 할부판매방식을 도입해 수요를 늘렸다. 불모의 땅이 차츰 곡창지대로 변해갔다. 남북전쟁 당시 남부에는 노예가 있는 반면 북부에는 수확기가 있다고 할 정도였다.

이곳은 뭐니해도 미국 대선을 좌우하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콘벨트 거주 농민들은 미국민의 2%에도 못 미치지만 선거에서 갖는 영향력은 대단하다. 미국 대선의 관문이 아이오와 코커스(당원선거)라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지금은 좀 달라졌지만 아이오와주에서 이기는 자가 대선에 승리한다는 속설까지 있을 정도다. 그래서 선거철이면 정치권이 이 지역 주민들의 환심을 사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콘벨트 정치학, 또는 옥수수 정치학이라는 조어가 생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잉여농산물이 증가해 가격이 떨어지거나 흉작이 들어 농작물 가격이 오르면 대선 후보들은 긴장한다. 그럴 때마다 새로운 콘벨트 지원 정책이 등장했다. 1930년대 루스벨트 대통령 당시 농민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한 토양보전법도 표를 의식한 정책이었다. 1970년대 얼 부츠 농무부 장관의 농업살리기 정책 역시 농산물 가격 하락에서 비롯된 농민 지원 정책이었다. 당시 닉슨 정권의 지지도를 올리고 재선을 성공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농지를 일부 휴경하게 하고 보조금을 확대하며 농업보험제도를 만든 것도 이때였다.

무엇보다 농민들의 환심을 산 것은 부시 정권의 바이오 연료지원 정책이었다. 부시 행정부는 2022년까지 전체 옥수수생산의 40%를 바이오 연료로 쓰도록 규정하는 법안을 만들어 실행했다. 바이오 연료로 쓰는 옥수수는 정부가 수매하게 돼 있어 농민들은 크게 반겼다.

콘벨트에 지난 4월 이후 비가 내리지 않아 대흉작이라고 한다. 옥수수 가격은 급등하고 유엔이 미국에 바이오 연료 사용계획을 중지해달라는 주문까지 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나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 누구도 유엔의 주문에 선뜻 응하지는 않을 것 같다. 표심 때문이다. 이러다간 내년에 세계 기아 인구가 급증할지도 모르겠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