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장군은 기상을 잘 알아야 하는데 이는 낮과 밤, 추위와 더위, 계절의 변화에 대한 분석과 파악 그리고 이것을 전투에 활용하는 능력이다.”

손자병법을 쓴 전략가 손자의 말이다. 데이비드 장 홍콩대 교수도 손자처럼 ‘기후’의 중요성을 간파했다. 그는 “소(小) 빙하기의 추운 날씨는 식량의 감산을 불러왔고, 농업의 쇠퇴가 뒤따랐다”며 “농업 쇠퇴가 곧 경제위기를 불러왔고 이어 전쟁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지질학자 엘즈워스 헌팅턴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문명은 기후의 영향을 받으며, 과거의 수많은 대국들은 기후 조건에 따라서 흥하기도 망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날씨가 바꾼 서프라이징 세계사》는 문명의 흥망, 전쟁의 승패, 역사의 숨은 이야기들을 날씨와 기후의 관점에서 살펴본 책이다. 저자는 “인류 역사의 많은 부분이 날씨로 인해 다시 쓰여졌다”며 구체적인 사례를 전한다.

전쟁을 승리로 이끈 지휘관들은 기후와 날씨를 적절하게 전투에 활용할 줄 알았다. 대표적인 인물은 칭기즈칸. 그는 사막 날씨에 철저히 대비해 호라즘 왕국을 정복할 수 있었다.

바이킹족들도 날씨 덕을 봤다. 바이킹은 중세 온난기가 찾아오자 해양에 진출해 유럽 대륙은 물론 아이슬란드, 그린란드, 북미대륙까지 정복과 탐험에 나섰다. 온화하고 안정적인 기후가 바닷길을 여는 데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반대의 사례도 있다. 히틀러는 추운 날씨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해 소련 침공에 실패했다. 알렉산드로 대왕은 인도 원정 당시 날씨에 굴복하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스의 온화한 지중해 기후에 익숙한 병사들에게 인도에서 겪은 홍수와 장마는 상상 밖의 재앙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날씨는 세계사를 쥐락펴락하며 인류 발전에 영향을 미쳐왔다.

이집트 문명을 키운 건 8할이 기후였다. 따뜻하고 서늘한 기후가 반복되면서 나일강에 주기적인 범람이 일어났고 문명이 발생하는 기틀이 된 것. 하지만 기후가 변해 찌는 듯한 더위가 찾아오고 나일강이 범람하지 않자 이는 왕조의 멸망으로 이어졌다. 기후 때문에 문명이 탄생하고, 문명이 붕괴한 셈이다.

기후는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바꾸기도 했다. 19세기 아일랜드에서 감자잎 마름병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때 전국에 걸쳐 바람이 불었고, 마름병이 바람을 타고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이 때문에 아일랜드의 주식인 감자 생산량이 줄고, 뒤이어 대기근이 찾아와 아일랜드를 휩쓸었다. 결국 아일랜드 사람들은 살아가기 위해 정든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