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연 혈연 지연 등 사회에서 요구하는 조건 하나 없이 오로지 영어 하나로만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외국에 나가서 공부한 적도, 국내에서 영어학원에 다녀본 적도 없어요. 그런 제가 영어 공부에 관한 책을 내는 건 ‘보통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영어 태교, 영어 베이비시터, 영어 유치원, 영어 조기유학…. 한국 사교육비의 30%는 영어 때문이고, 금액으로 따지면 연간 15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한국인은 항상 영어에 목마르다. 이인권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사진)는《영어로 만드는 메이저리그 인생》(지식여행/342쪽/1만2900원)에서 영어 교육 문제에 대한 하나의 답을 말해준다. 영어를 직업으로 하는 전문가가 아니라 일반인에 가까운 그의 영어 공부 동기론이다.

이 대표는 공기업에 다니던 아버지를 따라 충남, 서울, 강원, 전남 등지를 옮겨다니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서울에 있는 명문대를 나오지도 못했다. 하지만 사회 생활에서만큼은 늘 당당했다. “한 신문사에서 경력기자를 뽑는데, 영어 실력 하나 믿고 ‘미친 척’ 지원했습니다. 대학 때부터 영어를 잘해서 코리아타임스에 에세이와 칼럼을 기고했거든요. 덜컥 합격한 후에 ‘영어가 정말 큰 경쟁력이구나’ 하고 깨달았죠.”

그는 신문사를 거쳐 경기문화재단으로 옮겼다. 재단은 박사급 인력을 원했지만 그는 탁월한 영어 실력으로 돌파해 특채됐다. 이 대표는 고교 시절 외국인과 펜팔을 하며 영어에 취미를 붙였다고 한다. 영어가 ‘공부’가 아닌 취미가 되자 실력도 쑥쑥 늘었다. 고3 때 성문종합영어를 완전히 암기했고 대학 1학년 때는 영어사전 하나를 통째로 외웠다. 문법과 어휘가 완벽해지니 고급 영어를 구사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영어는 공부가 아닌 취미가 돼야 하지만 그렇다고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며 “외국어를 단기에 습득하려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고 했다. 그 또한 처음에는 영자 신문 기사 하나를 보는 데 하루종일 걸렸으나 지금은 한국 신문을 보는 것과 다를 게 없을 정도다.

“영어에 ‘Plan the work, work the plan’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을 계획하라, 계획했으면 일을 하라’는 말이죠. 영어 공부를 생활화하면 분명 인생이 달라질 겁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