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가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브랜드로 자리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경영진은 ‘햄버거 사업’이 아니라 ‘쇼 비즈니스’라고 정의하고 직원들에게 ‘QSC&V(Quick, Service, Clean & Value)’를 펼치도록 주문했다. ‘맛의 경쟁’으로 나아가면 승부가 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QSC&V’에서 ‘퀵’이란 무조건 빨리 음식을 주라는 뜻이 아니다. 빨리 갖다주는 것처럼 고객들이 느끼도록 하라는 의미다. 그러자면 종업원들의 움직임이 남달라야 했다. 직원들이 큰 소리로 인사해 고객들이 좋은 대접을 받았다는 느낌을 주는 ‘서비스’도 제공했다.

대부분의 식당들이 깨끗하지만 맥도날드는 테이블 아래와 화장실, 천장까지 청결하게 만들었다. 햄버거를 먹기 위해 입을 크게 벌릴 때 천장을 보게 된다는 것까지 고려했다. 맥도날드는 특히 경쟁사보다 햄버거를 비싸게 팔지 않으면서도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자사 로고가 박힌 기름종이로 예쁘게 포장해주는 것도 그런 방편이었다.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했는지 소비자 심리 관점에서 설명하는 경영서적이다. 브랜드는 단순한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기업의 본질에 대한 규정이자 모든 비즈니스의 핵심 전략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기업들이 내놓는 제품과 서비스 품질이 엇비슷해지면서 소비자의 마음에 어떤 브랜드로 자리잡느냐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게 됐다. 이 때문에 ‘브랜드가 아니면 쓰레기’란 극언도 나오게 됐다.

제품은 공장에서 만들어지지만 브랜드는 소비자 마음속에 만들어진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브랜드를 심기 위해 컨셉트를 수립하고 그것을 사람들이 체험토록 하는 데 필요한 전략들을 7가지씩 구분해 설명한다.

화장품 회사인 미국 레블론의 브랜딩 전략을 살펴보자. 본사에는 ‘We Sell Hope’란 글귀가 쓰여 있다. 이 업체는 화학약품이나 아름다움을 파는 게 아니라 기대와 희망을 판다. 이 제품으로 마사지를 하고 잠든 뒤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이 매끈하고 젊어보일 것이란 기대감을 판매한다는 의미다.

이처럼 사업의 본질을 고객 입장에서 규정해주면, 제품을 판매하는 직원들의 마음가짐부터 달라진다고 한다. 구성원들에게는 업의 본질을 깨닫게 하고, 고객에게는 기대를 체험토록 한다. 그것이 브랜딩이다. 브랜딩 작업의 핵심은 하나의 제품을 넘어 소비자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도록 해야 한다.

백화점이 그저 고급 상품을 파는 곳으로만 여겨진다면 사양산업일 것이다. 그러나 생활에 초점을 맞추면 성장산업이 된다. 생활은 꾸준히 발전하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직원들에게 ‘생활 제안 기업’이라는 것을 주지시킨다. 삶을 지금보다 개선하기 위해 돕는 기업이라는 뜻이다.

IBM이 재기에 성공한 비결도 컴퓨터 회사에서 솔루션 회사로 업의 개념을 바꾼 데 있다. IBM은 1993년 81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지만 2010년에는 148억달러의 흑자를 냈다. 그 사이 경영진은 직원들에게 단순히 컴퓨터라는 기계를 파는 기업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IBM 컴퓨터를 사는 사람들은 회계처리를 효율적으로 하거나, 재고를 원활하게 관리하는 해법을 사는 것이지 기계 덩어리를 사려는 것이 아니라고 봤다.

저자는 업의 개념을 정할 때는 고객들이 무엇을 사는지가 아니라 왜 사는지를 생각하라고 강조한다. 초일류 기업들은 이렇게 컨셉트를 한번 정하면 끈기있게 밀고 간다. 새 마케팅을 펼칠 때도 기본 컨셉트를 흔들지 않는다. 에르메스의 모토는 ‘모든 것은 변하지만 근본은 바뀌지 않는다’다.

소비자들이 컨셉트를 즐기도록 하는 방법으로는 공감할 수 있는 요소 외에 심미적 요소가 중요하다. 앱솔루트 보드카는 바르셀로나에서 광고할 때 가우디의 건물벽화 모양으로 보드카병을 디자인해 눈길을 끌었다.

브랜드에 인성을 넣는 작업은 더욱 중요하다. 자이 아파트가 이영애를 모델로 내세워 품격있는 아파트로 브랜드를 인지시킨 게 일례다. 브랜드가 하나의 인격체처럼 느껴질 때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