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도시》로 유명한 정이현 씨(40)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알랭 드 보통(46)은 그 이름만으로 독자들이 작품을 선택하는 몇 안 되는 작가다. 두 사람 모두 ‘사랑’에 대해서라면 일가견이 있다.

두 권 세트로 나온 《사랑의 기초》는 두 사람이 사랑과 결혼에 관해 펴낸 공동기획 소설이다. 이 소설이 출간 전부터 화제를 모은 것은 이 때문이다. 둘은 2년 전 출판사의 제안으로 공동작업을 시작했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고, 영화화된 소설을 일컫는 ‘스크린셀러’ 외에는 소설이 기를 못 펴고 있는 독서시장에서 단숨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정씨의 ‘연인들’과 보통의 ‘한 남자’로 구성됐다. 각각의 완결된 스토리를 가진 경장편이다.

‘연인들’은 서울에 사는 20대 후반 연인 준호와 민아 이야기다. 따뜻하고 낭만적인 봄밤, 두 사람은 곧 서로를 운명이라 믿는다. 그러나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건 사랑의 밝은 면만이 아니다. 그들의 사랑이 어떻게 시들어가는지 또한 그대로 보여준다. ‘연애의 초반부가 둘이 얼마나 똑같은지에 대해 열심히 감탄하는 시간이라면, 중반부는 그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를 깨달아가는 시간’인 것이다. 소설은 또 말한다. ‘허공에서 포개졌던 한 순간이 기적이 아니었다고는 말할 수 없으리라’고 말이다.

‘한 남자’는 런던에 사는 30대 남자 벤의 결혼에 대한 기대와 실망을 다룬 작품이다. 결혼으로 완성된 사랑이 일상에서 어떻게 변해가는가를 현실적으로 담아냈다.

낭만적이고 영원한 결혼 생활을 꿈꾸는 이에게는 결혼은 ‘판도라의 상자’다. 정씨는 서문에서 이렇게 썼다. ‘사랑의 영속성을 굳게 믿는다면 이 소설의 첫 페이지를 열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진실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하면 된다.’

정씨의 주인공들이 그렇듯 벤도 현실의 남루함을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지극히 평범한 삶이라는 엄청나게 어려운 과제를 그럭저럭 계속해나가는 단순한 일. 이것이 진짜 용기이며 영웅주의’라는 것. 이는 어쩌면 시들었을 때 다소 쉽게 끝낼 수 있는 연애(연인들)와 그렇지 않은 결혼(한 남자)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