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의 신호음이 끊어지고 있다.” 미국 시사잡지 아틀랜틱은 노키아의 최근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경고음을 지나 회생 불능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작년 4월 노키아의 부도 가능성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20bp(베이시스포인트)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 15일 CDS 프리미엄은 933bp로 치솟았다. 사상 최고치다. CDS로 본 노키아 부도 가능성은 55%에 이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표준화의 덫

노키아는 저가에 부품을 조달, 가장 싼 가격으로 세계 시장에서 휴대폰을 판매했다. 다른 회사들은 노키아 제품을 사서 분해해 원가를 연구했다. 결론은 “도저히 이 가격에는 공급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격변기에 이 장점이 노키아의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표준화된 제품에 대한 집착이 새로운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애플 아이폰이 출시됐을 때도 노키아는 이를 무시하고 자신의 제조전략을 고집했다.

안전한 길을 추구한 것도 몰락의 원인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기 2년 전, 노키아는 인터넷이 가능한 터치스크린 기기(아이폰과 비슷한)를 검토했다. 하지만 제조 비용이 더 들었다. 기존 제조 프로세스를 바꾸는 것이 위험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결국 안전한 길을 택했다. 이후 스마트폰이 시장의 화두가 됐을 때는 자체 운영체제(OS)인 심비안을 고집했다. 패착이었다.

노키아는 또 세계 최대의 미국 시장도 우습게 봤다. 이동통신사의 요구를 무시하고 주요 도시에 자체 상점을 열었다. 보조금을 받지 못해 많은 고객들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래몬 라마스 IDC 애널리스트는 “노키아는 한 번도 그들의 전략을 특정 시장에 맞춘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출구가 없다

무디스는 “1분기 노키아의 휴대폰 판매량과 시장 점유율이 오직 저가 제품에서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노키아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보급형 윈도폰 스마트폰보다 더욱 저렴한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스테판 엘롭 노키아 CEO는 “다른 스마트폰과 경쟁하기 위해 현재 제품보다 저렴한 단말기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시장 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는 노키아의 루미아900에 들어가는 부품비용을 209달러로 추정했다. 애플 아이폰4S의 비용 190달러에 비해 10% 많다. 거꾸로 판매가격은 아이폰4S가 높다. 아이폰4S의 판매가는 649달러인 반면 루미아900은 450달러대다.

2분기 이후 적자가 이어지면 노키아가 유동성 부족으로 파국에 몰릴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노키아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면서 회생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방대한 규모의 특허자산을 매각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나선 것. 노키아가 보유 중인 특허 포트폴리오는 3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티모 이하무오틸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우리는 강력한 지식재산권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면서도 특허를 판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