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대장내시경 받고 '뒤탈'없이 삽시다!
올해 40세인 김상우 씨는 얼마 전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고 깜짝 놀랐다. 3년 전 아무런 이상이 없던 대장에서 용종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강북삼성병원 대장폴립클리닉센터에서 용종을 발견한 직후 곧바로 제거 수술을 받았다. 용종은 1개였고 6㎜ 정도의 크기여서 조기 진단을 통해 절제가 비교적 수월하게 이뤄졌다. 김씨는 지난해부터 담배도 끊고 술을 많이 줄였는데도 용종이 생겼다는 말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최근 직장 선배가 대장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받았던 내시경검사였다. 천만다행으로 일찍 발견돼 종양으로 커지기 전에 제거할 수 있었다. 박동일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최근엔 대장 용종 발견 시기가 30대 후반, 40대 초반으로 빨라지고 있다”며 “기름끼 많은 육류와 술을 함께 먹는 라이프스타일이 주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한 번 용종이 발견된 사람 3명 중 2명은 5년 내에 다시 용종이 생기는 만큼 이제부터는 식생활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씨는 수술 이후 식습관을 채식 위주로 바꾸고 앞으로 3년마다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기로 했다.

○남성 대장암 아시아 1위

지난해 9월 프로야구 당대 최고의 투수였던 최동원 감독이 대장암으로 투병하다 사망해 충격을 줬다. 그의 나이 불과 53세. 최 감독 사망 이후 중년 남성들 사이에 ‘대장암 공포’라는 말이 오르내렸다. 40세가 넘은 중년 누구도 대장암에서 안전할 수 없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졌다.

[건강한 인생] 대장내시경 받고 '뒤탈'없이 삽시다!
실제로 국내 대장암 발생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국제암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인 남성의 경우 2008년 기준으로 10만명당 46.92명에게서 대장암이 발병, 슬로바키아 헝가리 체코에 이어 세계 4위다. 아시아에서는 압도적인 1위다.

여성 대장암 환자 수도 10만명당 25.64명으로 세계 19위에 링크돼 있다. 대장암은 전체 암종의 국내 발생률 순위에서 남성의 경우 위암 다음으로 2위, 여성은 갑상샘암 유방암 위암 다음으로 발병 빈도가 높다.

문제는 20년 후인 2030년께 우리나라 대장암 발병 건수가 현재의 2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대표적 서구형 암인 대장암이 한국 남성에게 유난히 발병률이 높은 이유는 서구화한 식습관과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음주, 흡연, 비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대장암은 발견 당시 3~4기 진행암인 비율이 다른 암에 비해 월등히 높다. 위암에 비해 2.7배나 된다. 박 교수는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현재로선 조기검진이 최선책”이라며 “조기검진을 통해 대장 용종을 제거하면 80% 이상 예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용종 제거로 대장암 예방

대부분 대장암은 용종에서 출발한다. 박 교수는 “대장 용종의 3분의 1은 조직검사에서 선종성 용종으로 나타난다”며 “그런 선종성 용종이 다 암이 되는 게 아니라 그중에서 1㎝ 이상 커지는 용종들이 암으로 발전한다”고 설명했다. 대장암 수술환자 대부분이 ‘용종을 좀 더 일찍 발견했다면 좋았을 텐데…’ 하고 후회한다. 그만큼 조기검진과 용종 조기 제거가 대장암 예방의 관건이라는 얘기다.

물론 대장 용종을 일찍 발견해 제거했더라도 꾸준한 관리는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대장 용종은 대장 점막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혹처럼 커진 경우를 말한다. 한 대장항문 전문병원이 첫 번째 대장 내시경검사에서 용종이 발견되지 않은 사람을 5년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 41%에서 용종이 새로 발견됐다.

한 번 검사에서 용종이 없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는 뜻이다. 대장 용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과도한 동물성 지방과 당분 섭취를 줄이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이 중요하다. 1주일에 3회 정도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의 유산소 운동도 필수다. 또 비록 용종이 발견되지 않더라도 40대 이후부터는 적어도 3~5년마다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내시경·용종 제거 2시간 이내 해결

[건강한 인생] 대장내시경 받고 '뒤탈'없이 삽시다!
최근에는 대장 용종만 전문적으로 절제하는 클리닉센터가 생겨나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대장폴립클리닉이 대표적이다. 대장 내시경검사 후 용종 제거까지 불과 2시간밖에 안 걸린다. 환자는 장을 비우는 장 세척제를 두 번 복용하지 않고도 필요한 용종을 모두 제거할 수 있다.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시술비용은 절제한 용종의 수와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60만~100만원 정도다.

박 교수는 “대장폴립클리닉에서 시술을 마친 환자는 지역병원에 의뢰해 편리하게 조직 추적검사를 받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며 “지역병원과 대형 병원이 대장암 예방관리 차원에서 환자를 체계적으로 진료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장암의 증세는 소화불량, 복통, 항문 출혈, 지속적 출혈로 인한 빈혈 등이다. 이런 증세를 느끼면 전문 의료기관을 방문해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조기검진 확산으로 대장암 치료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5년 전 54%에서 지난해 70%까지 증가했다. 문의 강북삼성병원 대장폴립클리닉 (02)2001-2525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박동일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대장 용종

대장 점막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자라나 혹처럼 튀어나온 양성종양. 암으로 악화되는 종양성(선종성) 용종과 그렇지 않은 비종양성 용종으로 나뉜다. 통상 5~10년 뒤 암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