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반대 여론이 높지만 미래 에너지원은 원자력뿐입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68·사진)는 “경북 동해안에 원자력 클러스터를 조성해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고 관련 산업시설을 집적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원전 불가피론’은 김 지사의 오래된 지론이다. 농어업과 관광 이외에는 뚜렷한 성장동력이 없는 낙후된 경북 북부내륙과 동해안 지방을 발전시키기엔 산업연관 효과가 큰 원자력만한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김 지사는 경북에 국내외 원자력 관련 기관을 모으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원자력 단지를 조성할 경우 생산유발 23조원, 고용창출 20만명 등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생긴다.

경북 동해안을 세계 원자력 수출전진기지로 키우기 위해 ‘원자력 클러스터’ 조성 사업에 여념이 없는 김 지사를 신경원 영남지역본부장이 최근 도청 집무실에서 만났다.

▶원전 반대론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원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계신데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여파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은 미래 성장동력이자 청정에너지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과 프랑스, 러시아 등 주요 원전 수출국은 여전히 원전을 계속 보급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에너지 소비국입니다. 104기의 상업용 원자로를 가동하는 세계 1위의 원전 국가입니다. 20%의 전력을 원자력에서 얻지요. 58기의 원자로를 가동하는 프랑스는 발전량으로는 세계 2위이지만 총 생산 전력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 최고인 75%에 달합니다. 프랑스는 생산 전력의 15%를 스위스와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에 수출해 연간 30억유로의 수익을 올리고 10만명의 고용창출 효과도 거두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세계 원전플랜트 시장 규모는 7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원자력 클러스터는 ‘안전성 강화’와 ‘수출전진기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사업입니다.”

▶경북의 에너지산업 잠재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앞으로 에너지는 국가생존의 필수 자원입니다. 세계 각국은 에너지 자원 선점을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의 40%를 생산하고 있는 지역이 바로 경북입니다. 특히 경북은 국내 원자력 발전의 약 50%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미래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가스 하이드레이트(gas hydrate)도 경북에 다량으로 매장돼 있습니다. 울릉분지에 6억여t이 매장돼 있을 정도입니다.”

▶원자력 클러스터를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리나라는 고유가와 가용전력 부족으로 불시정전사태 우려 등 에너지 위기에 노출돼 있습니다.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그린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경북은 그린에너지를 성장동력으로 삼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동해안 에너지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2006년부터 시작한 이 사업은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경북 동해안지역의 경우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 21기 중 약 절반인 10기(울진 6기, 월성 4기)가 있습니다. 현재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23기 원전도 12기가 경북에 들어섭니다. 풍력 및 수소연료전지 공장 등 에너지 관련 시설도 많습니다. 에너지 클러스터는 지역별로 4개 권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경주~울진 중심의 원자력 클러스터, 포항 중심의 수소연료전지 파워밸리, 영덕의 풍력 클러스터, 울진의 해양에너지 클러스터입니다. 가장 큰 프로젝트는 바로 원자력 클러스터입니다.”

▶원자력 클러스터는 어떤 사업입니까.

“원전이 집중돼 있는 경북 동해안에 원자력 연구·개발(R&D)과 인력양성 시설, 원전 수출을 위한 산업단지를 추가해 대규모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세계 원자력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데다 일자리도 만들어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습니다. 이 사업은 2028년까지 13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거대 프로젝트입니다. 우선 원전 관련 인력양성을 위해 원자력 전문대학원, 원자력 마이스터고, 기능인력교육원을 세울 계획입니다. 또 과학기술 향상을 위해 제2원자력연구원, 스마트원자로 등을 건립할 예정입니다. 친환경 인프라 구축을 위해 원자력병원, 테마파크, 안전문화센터 등의 건설도 구상 중입니다.”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원자력은 국내 전체 에너지의 3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원자력이 위험하다고 하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원자력은 환경문제 극복과 값싼 에너지를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최근 고리원전 1호기 일시정전 사태 등으로 불거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소한 부주의를 없앨 수 있게 원전을 과학적으로 관리하면 화력발전소보다 안전한 것이 바로 원자력입니다. 또 원전을 신수출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정책기조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원전 시설의 안전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를 앞두고 지난 7일 경북지역 원전의 안전과 방폐장 추진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월성원전 및 방폐장에 갔습니다. 경주 월성원전에선 비상디젤발전기 등을 직접 점검했습니다. 고리 1호기 정전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설비 안전 운영에 힘써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당초 올해 말 완공 예정이었던 경주 방폐장은 지하 동굴을 뚫는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하수 차단, 지반 보강 때문에 완공시점이 2014년 6월 말로 연기됐습니다.”

▶신규 원전을 영덕에 유치한 의미는.

“지난해 12월 신규 원전 후보지로 강원 삼척과 함께 경북 영덕이 선정됐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기존 원전지역인 경주 울진은 이미 경제적 효과가 입증된 바 있습니다. 원전 1기 건설에는 약 3조8000억원이 투입되고 100만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갑니다. 계량화된 지역경제 파급효과만 총 6조5000억원에 이릅니다. 건설기간 6년 동안 경제 효과는 무려 1조6000억원에 달하고 60년 동안 원전을 운영할 경우 4조9000억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합니다. 지방세수만 해도 연평균 500억원을 육박할 정도입니다.”

▶일부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대처 방안은.

“대다수 주민들이 동의하고 있지만 일부에서 반대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반대하는 측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때문에 서로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무엇보다 투명성이 전제돼야 합니다. 원전과 관련된 모든 정보가 먼저 공개돼야 합니다. 사업 단계별로 지역주민의 참여가 보장돼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객

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소통이 이뤄져야 합니다. 중앙정부 역시 주민들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올해 도정을 일자리 창출에 맞추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도정 핵심은 일자리 창출과 투자유치입니다. 일자리 창출에 행정력을 올인하고 있습니다. 고용 창출형 투자유치에도 매진하겠습니다.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국내에서 해외로, 구직에서 창업으로 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2011년 해외 청년 일자리를 200개 만들었는데 올해는 더 많이 창출하겠습니다. 낙동강 사업이 완료돼 관광, 레포츠, 특산물 등과 관련한 사회적 서비스의 일자리 5만~8만개를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사회적기업도 100개를 육성해 일자리 1000개를 만들고 예비사회적 기업 60개를 지정하겠습니다.”

▶최근 유치에 성공한 2015년 세계 물 포럼 준비는 잘되고 있습니까.

“세계 최대 규모 물 포럼은 200여개국 국가수반, 장·차관 국제기구 대표 등 3만여명이 참석하는 세계 물 올림픽 대규모 행사죠. 남은 기간 동안 경북도와 대구시가 공조체제를 확실히 유지해 차질 없이 준비할 겁니다. 정부에 지원특별법을 만들어줄 것을 건의했습니다.”

김관용 지사는 40년 공직생활 '정통 행정관료'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40여년간 공직에 몸 담은 정통 행정관료 출신이다.

1942년 경북 구미에서 태어나 1958년 대구사범학교를 나왔다. 낮에는 교사로, 밤에는 야간대학생으로 주경야독한 끝에 1969년 영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71년 행정고시(10회)에 합격, 관료의 길을 걷게 됐다. 국립중앙도서관, 부산지방병무청 총무과장, 의성·구미 세무서장을 거쳐 1991년 청와대 민정비서실 민원행정관을 역임했다. 1995년 민선 1기 경북 구미시장에 당선된 뒤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참여정부 때인 2006년 정장식 전 포항시장 등을 누르고 경북도지사 후보가 됐다. ‘경제도지사’란 구호를 내세웠고 제29대 경북도지사에 당선됐다. 2010년 민선 5기 경북도지사에 재선됐다. 16개 시·도 중 가장 안정적이고 역동적인 도정 추진으로 민선 5기 매니페스토 평가 최우수상, 정부 지방자치단체 합동평가 전국 1위, 무역의 날 수출유공 대통령표창 등을 잇따라 수상했다. 그는 평소 부하 직원들에게 “현장에서 길을 찾고 소통에서 답을 구할 수 있다. 현장으로 가라. 앉아서는 답이 없다”고 강조한다. 좌우명은 ‘처변불경 처변불경(處變不驚, 處變不輕)’. 어떤 일이 닥쳐도 놀라지 말고, 좋은 일이 생겨도 가볍게 처신하지 말라는 뜻이다. 부인 김춘희 씨(65)와의 사이에 2남을 두고 있다.

정리=김덕용 기자 kim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