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은 지금 '한국의 시대'] 대림, 中업체 손든 사업까지 맡아…누적수주 142억弗 '국내 1위'
사우디아라비아 동쪽 해안도시인 알코바 소재 대림산업 사우디아라비아 지사에 2008년 7월 공문이 한 통 접수됐다. 현지업체 카얀사가 알주베일공단에서 발주한 연산 40만t 규모의 5억달러짜리 ‘고밀도 폴리에틸렌공장 공사’에 참여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2007년 중국업체가 공사를 진행하다가 손을 든 프로젝트였다.

같은 지역에서 카얀사의 ‘폴리카보네이트공장 공사(13억5000만달러)’를 진행하던 대림산업은 이례적으로 수의계약 방식으로 수주한 이 사업을 작년 3월 성공적으로 끝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10월 사우디 전력청이 발주한 12억2000만달러 규모의 사우디 ‘쇼아이바Ⅱ 복합화력발전소 건설 공사’를 수주, 국내 건설업계 사우디 누적수주액 1위(142억달러)에 올랐다. 중동 최대 플랜트 발주시장인 사우디에서 66억달러 규모의 8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사우디는 건설사들에 엄격하고 까다로운 공사 자격요건과 공정관리를 요구한다. 이 때문에 사우디 시장에서 많은 실적을 보유한 플랜트 회사는 기술력을 인정받는다. 대림산업은 건설사업부가 플랜트 공사 시공을 책임지고 유화사업부의 기술진이 시운전 등을 맡아 프로젝트 관리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도 받는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 프로젝트가 사업 국가별로 세법, 노동법, 안전·환경규제 등이 다른 점을 감안해 사업지별로 프로젝트 종류와 특성에 맞는 공사 수행·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며 “본사와 현장에서 공정에 따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앙상블’ 시스템을 통해 원가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림산업은 올해 플랜트와 토목분야에 수주역량을 집중시켜 지난해보다 38%가량 늘어난 8조1000억원을 수주한다는 목표를 잡았다. 사우디 쿠웨이트 등 중동 시장은 물론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같은 동남아시아, 자메이카 등 중남미에서 시장을 개척할 방침이다.

해외 플랜트 부문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공사종류 및 지역 다변화, 무재해 달성, 적정원가율 확보 등에 집중하기로 했다. 수력발전과 특수교량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에서도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한다.

김윤 대림산업 부회장은 “국내 건설시장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건설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해외시장 개척 및 신성장 동력 발굴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며 “비교우위인 EPC(설계·조달·시공 일괄수행)뿐 아니라 기본설계(FEED)와 시공후 유지관리업무(O&M) 등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