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 '세계정상' 탄생하나…매킬로이에 쏠린 눈
그의 출전으로 대회장을 찾는 갤러리 숫자가 2~3배 불어났다. TV 시청률도 메이저대회에 버금갈 정도로 뛰었다. 타이거 우즈(미국) 얘기가 아니다. 북아일랜드의 22세 젊은 청년 로리 매킬로이로 인해 벌어지는 일이다.

PGA투어닷컴에 그날의 경기 상보를 작성하는 골프 담당 스태프는 4일(한국시간) 혼다클래식 3라운드가 열린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가든스의 PGA내셔널GC(파70·7158야드)를 찾은 갤러리들이 우즈보다 매킬로이를 더 따라다녔다고 보도했다. 매킬로이가 플레이하는 홀의 티잉그라운드와 페어웨이, 그린은 갤러리들이 5~6겹으로 둘러쌌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려는 갤러리들의 모습은 흡사 전성기 시절의 우즈의 위세를 보는 듯했다. 17번홀 티잉그라운드에서 한 갤러리는 갈색 곱슬머리의 매킬로이에게 “무슨 샴푸를 쓰느냐”고 묻기도 했다.

매킬로이는 스타답게 화끈한 플레이로 팬들의 높은 관심에 화답했다. 매킬로이는 이날 시속 32㎞의 강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데일리 베스트’인 4언더파 66타를 쳐 합계 11언더파 199타로 2위 그룹에 2타 앞선 단독선두를 달렸다. 지난주 액센추어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 이어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하면서 PGA투어에 ‘매킬로이 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매킬로이가 우승하면 이 대회에 불참한 루크 도널드(영국)를 제치고 데뷔 이후 처음으로 월드랭킹 1위 자리에 오르게 된다. 우즈 이후 사상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1위에 오르는 선수가 된다.

매킬로이가 PGA투어에서 54홀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돌입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마스터스에서는 최종일 80타를 치며 무너져 공동 15위를 했고 US오픈에서는 8타차 완벽한 우승을 거뒀다. 매킬로이는 US오픈과 함께 2010년 웰스파고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바 있다.

매킬로이는 3~5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낚았으나 6, 7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하며 전반에 1타를 줄였다. 이날 단 3개의 버디만 나온 11번홀(파4)에서는 그린 프린지에서 15m 롱 버디퍼트를 떨궜다. 단독선두 부상의 힘은 13, 14번홀의 ‘버디 같은 파’ 덕이 컸다. 13번홀(파4) 그린 앞 벙커에서 친 샷이 거의 홀인될 뻔하면서 파세이브로 이어졌고, 14번홀(파4)에서도 2.4m 파퍼트를 성공시켰다.

기분 좋은 파를 연속으로 잡은 매킬로이는 악명 높은 ‘베어트랩’의 첫 번째인 15번홀(파3)에서 1.5m 버디를 성공시키며 단독선두로 부상했다. 18번홀(파5)에서는 두 번째 샷이 그린사이드 벙커로 들어갔으나 2.5m 버디를 집어넣었다.

마지막날 우승경쟁자는 2타차 2위의 해리스 잉글리시(22·미국)와 톰 길리스(43·미국)로 모두 첫승 도전자들이다. 7명이 5타차 이내에 있으며 그중에 PGA챔피언십 우승자 키건 브래들리(26·미국)와 마스터스 챔피언 찰 슈워젤(남아공)이 들어있다. 최종일에는 3라운드보다 강한 시속 40㎞의 강풍이 예보돼 있다.
22세 '세계정상' 탄생하나…매킬로이에 쏠린 눈
우즈는 매킬로이에게 9타 뒤진 공동 18위다. 전날부터 퍼팅이 되살아난 우즈는 버디 3개와 보기 2개로 1타를 줄였다. 우즈는 매킬로이에 대해 “아부다비에서 이틀간 함께 플레이하면서 그가 엄청 발전했다는 걸 알았다. 아직도 많은 걸 배우고 있다”고 평했다.

한국 선수들은 부진했다. 2009년 챔피언 양용은(40)은 사흘 연속 이븐파 70타를 쳐 합계 이븐파 210타로 공동 34위를 달렸다. 배상문(26)과 존 허(22)는 합계 2오버파(공동 52위), 위창수(40)는 합계 4오버파(공동 68위), 노승열(22)은 합계 5오버파(공동 74위)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