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노무현 정권이 민노총에 쓴소리 한 이유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노동비서관을 지낸 권재철 씨가 노동정책을 둘러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책방향 등을 책으로 엮었다. 《대통령과 노동》이다.

노동현장의 민감한 주제였던 노사정위원회 역할에 대한 회의감, 참여정부 초기 불법으로 벌어지는 화물연대파업과 대기업노조의 집단이기주의에 대한 부정적 시각, 대화와 타협-법과 원칙이란 두 가지 트랙으로 노사관계 대응전략을 가져간 배경 등을 담아내고 있다. 청와대 수석회의, 양대 노총위원장과의 면담, 노사정위원회 위원장과의 대화 등 노 전 대통령이 주재한 많은 자리에 배석해서 들었던 내용들을 직설적인 표현들로 담아내고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2005년 11월9일 청와대 수석들과 가진 만찬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이 한 말을 들어보자. “노사정위원회가 참 걱정이다. 국민들한테 미안해서라도 문을 닫았으면 좋겠다. 도대체 손님 안 오겠다는데 상 차려놓고 밥 식고, 주방장 퇴근도 못하고… 그만하자. 계속 방에 군불만 넣어놓고 전기세 나가고, 한 달에 쓰는 돈이 얼마인데… 연말까지 보고, 문닫는다고 하라.”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은 데 대한 불편한 심기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노사정위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비판적 시각은 더 나간다. “노사정위원회 문을 닫았으면 좋겠다. 협상을 하려면 주고받고 거래할 의사가 있어야 한다. 우리사회의 조직문화가 지도자가 지도력을 발휘할수가 없다. ‘대화해라’ 이런 소리 하지 말자.”

친노동계 성향이지만 불법파업이나 대기업 노조에 대해선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점을 여러 대목에서 파악할수 있다. 대기업 노조와 관련해서는 “지금처럼 대공장 노조들의 사회적 힘이 상당히 높아지고 발언권도 커진 이상 이제는 노사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고,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선 “그분들의 사정이야 딱하지만 집단운송거부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수고용직 보호는 대법원 판례 때문에 힘들겠지만 되는 방향으로 해결해 달라”고 노 전 대통령이 당부했다는 대목은 정치권과 일부 정부부처가 법원판례를 뒤집으면서까지 특수고용직을 근로자성으로 인정하려 했던 배경을 뒤늦게 읽을 수 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