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부패 척결에도 삼성이 앞장서라
"나라가 온통 썩었다"는 자조(自嘲)가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으로부터 터져 나왔다. 굴비처럼 얽힌 저축은행 비리와 4대강 업자 등치기 호화 술판 등 이어지는 공직부패에 대한 질책이지만 자조적 한탄으로 들린다. 샌드위치를 들고 커피를 손수 챙기면서 새벽부터 뛰어다녔지만 밑에서는 따로 놀고 있음이 확인됐다. 대통령 스스로 부패국가라고 자백했으니 국제기구의 국가투명성 순위는 얼마나 더 추락할지 걱정이다.

"삼성그룹에 부정부패가 퍼져 있다"는 이건희 회장의 발언으로 삼성 임직원이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문제가 된 계열사 경영진이 대거 퇴진했고 그룹 내부 감사책임자도 경질됐다. 비리 사실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으나 협력업체로부터 돈 뜯어내기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쇄신 조치는 강력하고도 신속하다.

대통령의 강한 질책에도 불구하고 정부 부처의 반응은 삼성과는 천양지차(天壤之差)로 미적지근하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은 언론보도를 통해 그 실체가 상당히 드러났으나 검찰 수사는 대통령이 야당 대표에게 하소연할 만큼 축소됐다. 비리 주범에 대한 변론을 전직 대통령 수사 책임자였던 대검 중수부장 출신과 감사원장 후보까지 올랐던 민정수석 출신이 맡은 것도 대통령 깎아내리기다.

부정부패 근절에는 작심한 선도자가 먼저 나서야 한다. 유한양행은 주식 전부를 사회에 환원한 창업주 유일한 박사의 투명경영 유지에 따라 철저한 납세와 투명회계로 기업계의 '반짝 반짝 빛나는 별'이 됐다. 이건희 회장의 삼성 쇄신도 한국 기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중대사다.

삼성을 비난하는 전문 시민단체는 이번에는 '윗물이 맑지 않은데'라는 '재 뿌리기'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사실 "삼성이 분식회계로 이익을 부풀려 자본잠식을 숨기고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폭로는 회계학적 허구였다. 이익을 빼돌려야 비자금이 생기지 이익을 부풀려서는 비자금을 만들 수 없으며 모든 비자금 조성은 이익 감소를 수반하는 것이다.

우리 민법은 균등한 법정 상속을 정하고 있어서 자신을 형사 고발한 자녀에게도 같은 수준의 재산을 상속하는 것이 원칙이다.

창업주가 경영 능력이 있는 자녀에게 상속 재산을 몰아주기 위한 차명주식이 유지됐고 여기서 발생하는 배당금 관리를 위한 차명계좌도 운영됐다. 이건희 회장 차명주식에 대한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과 세금이 부과됐다. 그러나 분식회계에 의한 거대한 비자금 조성은 당초 불가능했던 것이었으며 만약 비자금 조성에 임직원이 대거 가담했다면 지금과 같은 대규모 문책 인사와 강력한 쇄신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부정부패 척결의 가장 강력한 수단은 익명에 의한 내부고발이다. 적발된 비리는 엄정하게 가려내 썩은 곳을 도려내야 한다. 연대책임 또는 감독책임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비리가 은폐될 위험이 높아진다. 전직 관료를 로비 목적의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악습도 삼성이 앞장서 버려야 한다. 핵심기술,경영법률 및 재무회계 전문가 중심으로 사외이사를 운영하면서 상법상 감사위원회의 기능을 회복시켜야 한다. 외부감사 회계법인도 적절히 순환시켜 관례적으로 반복되는 비효율이 적시에 제어되게 해야 한다.

과거 삼성 사태로 회장과 구조조정본부 간부가 집단 퇴임한 시기에 미국발(發) 금융위기의 여파로 원화 가치가 폭락하는 사태가 생겼다. 당시 삼성중공업이 외화선수금 파생상품 거래에서 다른 조선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대규모 손실을 입었던 것도 회계감사 단계에서 위험분석을 통한 적절한 제어에 실패했기 때문이었다. 초우량 기업에 걸맞은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해 뇌물,향응,리베이트의 부패 사슬로부터 대한민국을 건져내는 일에 삼성이 앞장서야 한다.

이만우 < 고려대 경영학 교수 / 객원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