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거리가 안 늘지? 레슨 등록해 스윙 좀 바꿔볼까. " "아냐, 넌 클럽을 바꿔야 돼.내가 얼마 전에 ○○사에서 나온 머슬백 아이언으로 바꿨는데 아주 죽여줘." "둘 다 틀렸어.너흰 둘 다 백스윙이 문제야.몸이 뒤집어지잖아."

점심식사 후에 삼삼오오 모여 이런 류의 대화를 주고받는 아마추어 골퍼라면 스쳐 지나가기 아까운 책이 나왔다. 한국경제신문에서 10년 넘게 골프만을 담당해온 기자가 신문에 쓰지 못한 비화들을 엮어 내놓은 《한국의 골퍼들1,2》다.

일단 많이 다르다. 골프를 시작하면 으레 몇 권씩 사보게 되는 입문서들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저자는 아마추어가 아무리 연습을 하고 레슨을 받아도 99%는 절대로 싱글이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나 좋자고 시작해 놓고 '무면허'에 가까운 레슨코치들과 클럽 메이커들 배만 불려주는 짓은 당장 그만두라고도 한다. 클럽 수입업체나 레슨코치들이 들으면 흥분할 만한 '독설'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책을 붙들고 있으면 온몸이 짜릿해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체중이동 하지 마라''드라이버 연습 그만둬라''클럽은 7~8개면 충분하다'라는 이야기에선 '100돌이' 골퍼로서 심심한 위로도 받는다. 특히 '체중이동' 편에서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도 지어진다. 체중이동이란 백스윙시 오른쪽으로 체중을 실었다가 다시 왼쪽으로 옮겨지는 것을 말하는데,저자는 찰나의 순간에 정말 그게 가능한지 생각해 보라고 한다. 마흔 안팎에 골프를 시작한 사람들이 그게 가능할 리는 만무하다는 것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간단하다. 오른손잡이라면 처음부터 왼발에 체중의 60%를 실어주라는 것이다. 보기플레이를 벗어날 즈음이면 부쩍 관심을 갖는 드로,플롭,페이드샷 등 이른바 기술샷 연습에 관해서는 '신분을 망각한 짓'이라고 독설을 날린다. 클럽 14개를 가방에 채워 다닐 필요도 없다는 조언도 덧붙인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아마골퍼들의 지갑 사정까지 걱정해 준다. "KPGA에서 배출하는 티칭프로는 1년에 고작 40명.그렇다면 전국 연습장의 그 많은 프로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들 대부분은 사설단체에서 남발한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굳이 레슨코치를 찾아간다면 반드시 물어봐라.자격증 어디서 따셨어요? 라고."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