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손자병법 모공(謀功)편에 나오는 말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자신의 힘을 아전인수하듯 해석하거나 기고만장해서 상대를 무시해 대사를 그르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2500년 전에 쓰여진 《손자병법》은 전쟁론의 고전이다. 6200여자의 짧은 문장에 승패와 운명의 변화 원리가 함축돼 있다. 골목을 뛰노는 아이들도 입에 올릴 정도로 친숙하다. 손자병법은 그만큼 우리 생활 가까이에 들어와 있다.

김원중 건양대 교수가 완역해 펴낸 《손자병법》은 새롭다. 원전의 운율과 시적 여백을 살린 번역이 읽는 맛을 더해준다. 책이 형성된 시대적 배경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게 정리한 점도 돋보인다. 손자의 전쟁이론에 대응하는 실제 전투의 사례를 《사기》 《삼국지》 《한비자》 등 당대의 텍스트에서 뽑아 제시한 점도 다른 번역본과 다르다.

저자는 "마오쩌둥은 침대 곁에 《손자병법》을 두고 읽었다"며 "이 책은 단순한 병서가 아니라 정치학의 보감이라는 것을 증명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또 "《손자병법》의 전략 전술은 인간관계에 두루 응용 가능한 '승자를 위한 바이블'로 손색이 없다"며 "다수의 라이벌을 상대로 살아남는 법을 동시에 가르쳐준다"고 설명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