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침출수에 의한 오염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였지,오염됐다는 건 아니었어요…."(환경부 관계자)

환경부는 전국의 구제역 가축 매몰지 주변 300m 이내 지하수 관정 7930곳에 대한 수질검사 결과 구제역 침출수에 따른 오염은 없다고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수질 기준을 초과한 1982곳은 침출수가 아니라 축산폐수와 비료 등에 의한 오염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날 브리핑 자료에선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전체 지하수 관정 중 암모니아성 질소,질산성질소,염소이온,대장균군 등 4개 항목 중 2개 항목이 동반 상승한 곳이 335곳에 달했던 것이다. 국제 기준의 환경관리지침에 근거,2개 항목이 동시에 기준치를 초과하면 침출수에 따른 오염이라는 게 지금까지 환경부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실제로 지난 3월29일에 열렸던 브리핑에서도 환경부의 토양지하수과장은 "4개 항목 중 2개 항목이 동반 상승했을 경우에만 침출수에 의한 오염"이라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기존 입장을 두 달 만에 바꿔버렸다. "2개 항목이 동반 상승했을지라도 침출수에 의한 오염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새로 내놓은 환경부의 공식 입장이다. 바뀐 기준으로 환경부는 "아미노산 및 mtDNA 등 정밀분석을 거친 결과 침출수에 의한 오염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놨다.

두 달 전의 브리핑에선 왜 상반된 얘기를 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환경부 관계자는 처음에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발뺌했다.

하지만 기자가 당시 환경부 보도자료를 증거로 내보이자 이 관계자는 "당시엔 한국원자력연구원 조사 결과가 신뢰성이 없다는 걸 지적하기 위한 자리여서 세부적인 얘기를 못 했다"고 해명했다. 게다가 "(내용이 어려워) 어차피 기자들이 이해를 못하기 때문에 얘기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가 정책 현안과 관련,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알리고 보고하는 1차 업무 정보가 보도자료다. 신뢰성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런데도 두 달 만에 환경부는 완전히 바뀐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놓고 어물쩍 넘어가려고 했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