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캘퍼(초단타매매자 · 일명 슈퍼메뚜기)들이 주식워런트증권(ELW) 투자에서 전용회선뿐만 아니라 '슈퍼 프로그램'까지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스템으로 매매조건을 설정하고 자동으로 고속 주문을 집행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100%에 가까운 승률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검찰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이성윤)에 체포된 스캘퍼 4명은 이 같은 프로그램을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대신 ELW 투자에 활용했다. 이들은 증권사에서 ELW와 관련한 정보기술(IT) 업무를 맡았던 인력들로,해당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했다. ELW 가격은 기초자산인 주식 등 가격에 따라 움직인다. 주식 가격이 등락하면 유동성공급자(LP · 증권사가 담당)들이 ELW 호가를 조정하는 식이다. 이때 주식 가격이 일정 수준의 등락을 하면 이를 곧 자동으로 인식해 LP가 ELW 호가를 조정하기 전에 유리한 가격 조건으로 ELW를 매입하는 프로그램을 쓴 것.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과 ELW 종목이 수백 개인데 이 움직임을 일일이 사람 눈으로 체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슈퍼 프로그램을 쓰면 일반 투자자는 상대도 안될 만큼 가격 동향에 따라 빠르게 거래를 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전용회선뿐만 아니라 이런 슈퍼 프로그램도 '금융투자상품의 매매와 관련해 부정한 수단,계획,기교의 사용을 금지'한 자본시장법 178조1항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스캘퍼 측은 그러나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스캘퍼 측의 한 관계자는 "이런 거래는 '알고리즘 매매'로,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투자방식"이라며 "세계 60여개 국가에서 허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캘퍼들은 회원사 주문전달시스템이 증거금 초과,공매도,한도 수량 초과 등의 여부를 제대로 검증하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프로그램을 쓰고 있다"며 검찰 측의 의혹 제기에 반박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