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 "국회의원, 공무원에 말 함부로 해선 안돼"
"의원이라고 해서 공무원에게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지킬 것은 지켜줘야 한다. "
'검투사'라는 별명답게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사진)은 여전히 단호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 16일 경기도 가평에 있는 유명산에 올랐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소위에서 난장판 끝에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온 한 ·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비준안이 부결된 직후였다. 국가 통상정책을 지휘하고 있는 그가 머릿속이 복잡할 때면 습관처럼 작은 배낭을 지고 찾는 곳이다.

김 본부장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소위 위원도 아니면서 다른 의원이 참관인 자격으로 들어와 발언하며 의사진행을 막는 것은 문제가 아니냐"며 국회의 한 · EU FTA부결에 대해 여전히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 15일 외통위 소위에서 한 · EU FTA 표결을 저지하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공부 좀 하십시오"라고 정면 비판했다. 이에 강 의원이 "공부를 그리 잘하는 양반이 협정문을 이리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느냐"며 면박을 주자 "말씀 조심하십시오"라고 맞받아치는 설전을 벌여 파장을 낳았다.

김 본부장은 '강 의원에게 사과할 용의는 없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내가 왜 사과를 하나. 무슨 질문을 그렇게 하나"라며 격앙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국가정책을 최종 결정하는 국회 의사결정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라면서 "지킬 것은 지켜줘야 한다"고 했다. 여당 일부와 야당에서 물리력을 동원한 비준안 통과에 부정적인 데 대해 "국회 의결과정을 여당의 물리력 행사라고만 비판한다면 국회가 어떻게 그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외교통상부의 번역 오류에 대해서는 '과오'라고 인정했다. 그는 "한 · EU FTA 한글본 협정문 번역 오류는 외교부의 명백한 과오지만 그렇다고 EU와의 FTA체결로 우리가 얻게 될 실익과 경제적 효과까지 왜곡되고 폄하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EU와 FTA 협정을 맺을 때 마법사처럼 크리스털 볼(수정공)을 보고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보완책을 만들어 대비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피해 대책이 다다익선인 것은 누구나 알지만 정부가 도깨비 방망이를 들고 있는 것도 아니고 예산이 한정돼 있는데 무한대로 지원책을 내놓을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19일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비준동의안이 꼭 통과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7월 발효를 위해선 10개의 국내법 개정이 추가로 필요한 만큼 국회가 국익 차원에서 비준해 줄 것을 당부했다.

여야 대립 때마다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공중부양'이라는 별명을 얻은 강 의원은 "연세 많은 분들은 '국회에서 싸움하는 모습을 안 봤으면 좋겠다'고 하고 30,40대는 '더 혼내주지 그랬느냐''속 시원하다'며 엇갈리더라"고 반응을 전했다. 그는 "김 본부장과의 개인감정 문제가 아니라 이번 FTA협정문은 번역 오류뿐만 아니라 농업 피해 대책에서도 기만적"이라고 비판했다.

타 상임위 의원의 의사진행 방해 비판과 관련,강 의원은 "나도 안하려고 했는데 김 본부장이 남경필 위원장에게 하는 말과 소위에서의 얘기가 달라 손가락질 받을 각오로 혀를 깨물고 나선 것"이라며 "관철은 힘들겠지만 농어민 대책이 부실한 FTA에 대해서는 끝까지 반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호/허란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