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평양시 북서쪽에 있는 안주분지에서 연 20만t(146만배럴)규모의 원유 채굴에 성공,중국과 본격적인 탐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북한은 이미 1990년대부터 안주분지 서한만분지 등에 대규모 석유자원이 묻혀 있다고 주장해왔지만 본격적인 채굴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전해졌다.

13일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석유탐사 전문가 10여명이 북한을 방문,안주분지에서 원유탐사를 위한 사전조사를 진행 중이다. 북한은 작년에 안주분지에서 20만t,나선시에서 10만t의 원유 채굴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주분지는 평양에서 북서쪽으로 100여㎞ 떨어져 있는 평안남도 숙천군의 내륙 유전이다. 베이징의 한 전문가는 "20만t은 146만배럴 규모로 한국의 하루 원유 소비량인 300만배럴의 절반 수준"이라며 "북한이 정확한 매장량을 측정하기 위해 중국과 협력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통상 중형 광구는 매장량이 7000만배럴 이상,대형 광구는 1억배럴 이상이다.

북한은 안주분지에서 석유가 나올 경우 김정은 체제가 안정적 출범을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전담팀을 꾸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북한 전문가는 "만일 경제성이 있는 유전이 발견된다면 김정은의 영도력으로 산유국이 됐다는 선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평양 앞쪽 바다에 있는 북한 최대의 유전지대인 서한만분지에 대한 탐사도 조만간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한만분지는 해상 석유가 풍부하게 묻혀 있는 중국 보하이만과 연결돼 있으며 북한은 이곳에 최소 40억배럴 이상의 원유가 묻혀 있다고 주장해왔다. 북한은 서한만분지에서 13개의 석유시추공을 뚫고 석유탐사 작업을 해왔다. 특히 북한과 중국은 2005년 '조 · 중 정부 간 해상 원유 공동개발에 관한 협정'을 체결,서한만지역 등에 대한 공동개발 원칙을 마련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매장 규모와 경제성 등에 대해선 확인해야 하지만 원유 공동탐사로 석탄에서 원유까지 북한의 지하자원을 중국이 싹쓸이하는 모양새가 굳어지고 있다. 북한의 대중 수출액 중 광물자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73%를 기록했다. 2002년만해도 19%에 지나지 않았다.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무역대금을 석탄이나 철광석으로 결제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은 북한의 자원을 쓸어 담는 데 정신이 없다. 지린성 허룽에서 난핑을 거쳐 북한의 무산철광으로 이어지는 철도가 올 연말 개통된다. 지린성 정부가 11억9000만위안을 들여 건설하는 이 철도는 초대형 철광산인 무산철광에서 철광석을 빨아들이는 통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훈춘에서 북한 나선항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나,투먼에서 청진항을 연결하는 철도도 조만간 깔릴 예정이다. 나선과 청진 부근엔 세계 최대 규모의 마그네사이트광산과 아연 몰리브덴 등이 대량으로 매장돼 있는 단천이 위치해 있기도 하다.

KOTRA에 따르면 중국의 연간 대북투자 실행액은 2003년 110만달러에서 2008년 4100만달러로 40배가량 증가했다. 이 기간 누적 투자액은 1억2000만달러에 이른다. 중국은 이 가운데 70%를 광산 20여곳등 자원개발 부문에 집중했다. 지린성 국유기업인 퉁화철강그룹은 2007년 함경남도 무산광산의 철광석 채굴권(50년)을 획득했고, 산둥성의 국유기업인 궈다황진은 양강도 혜산시 구리광산 채굴권(25년)을 확보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