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주식워런트증권(ELW) 불법거래 의혹이 있는 10개 증권사들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178조1항'으로 정조준하고 있다. 검찰이 지난해 초부터 증권범죄에 들이대기 시작한 이 조항은 적용범위가 광범위해 증권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자본시장법 178조1항(일명 사기적 부정거래)은 금융투자상품의 매매와 관련해 △부정한 수단,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을 기록하거나 고의로 누락해 재산상의 이익을 얻는 행위 △거래를 유인할 목적으로 거짓 시세를 이용하는 행위를 처벌토록 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은 과거 증권거래법 등을 통합해 지난해 2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사기적 부정거래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중대범죄다.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액의 3배가 5억원을 초과하면 최대 3배에 상당하는 금액까지 벌금이 매겨진다. 예컨대 2억원을 불법이익으로 얻었다면 3배인 6억원이 5억원을 초과하므로 최대 6억원까지 벌금을 내야 한다. 더욱이 같은 법 179조는 178조 위반행위와 관련해 무고하게 매매를 한 개인투자자가 손해를 입었을 경우 손해액을 배상토록 명문화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혐의가 드러나면 형사 및 민사적으로 천문학적인 배상도 가능한 셈이다.

처벌만 강력한 게 아니다. 조항에 명시된 '부정한 수단,계획 또는 기교'는 거의 모든 증권 부정거래를 처벌할 수 있을 만큼 포괄적이다. 과거 증권거래법에서는 '부당한 이득을 얻기 위해'라는 단서를,자본시장법 178조2항에서는 '시세를 변동할 목적'이라는 단서를 뒀지만 사기적 부정거래에서는 이런 단서가 없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귀에 걸면 귀고리'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양호승 화우 변호사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미국과 일본에도 있지만 일본에서는 지나친 포괄성에 대한 논란으로 현재까지 관련 사건으로 처벌받은 사례는 단 한 번밖에 없다"며 "국내에서도 2004년 이 조항을 도입하려다 논란이 일어 무산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해 4월 무자본으로 기업을 인수 · 합병(M&A)하면서 차명계좌를 통한 유상증자,'검은 머리 외국인'과 공모한 주가조작 등을 벌인 코스닥기업 전 대표에게 이 조항을 처음 적용해 기소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법원에서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반면 지난해 12월에는 알선수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일명 '그랜저 검사'가 이 조항으로 피의자를 기소했다 무죄를 받아 '무리한 기소'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검찰은 이번 ELW 사건과 관련해 증권사들의 178조1항 위반이 확실하다는 입장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고민해 만들어낸 '작품'으로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증권사 추가 압수수색 가능성에 대해서는 "(10곳 압수수색으로) 일단락됐다"고 밝혔다.

■ 자본시장법 178조1항

일명 '사기적 부정거래' 조항으로 불린다. 부정한 수단이나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허위의 시세이용 등 범죄요건이 거의 모든 부정거래를 포괄할 정도로 광범위하고 처벌도 강력하다. 지난해 2월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증권범죄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h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