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카르도 샤이가 지휘하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연주회가 열린 지난 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브루크너의 '교향곡 8번' 3악장 아다지오에 집중하고 있는데 갑자기 '굉음'이 울렸다. 1층 C블록 10열 안쪽에서 한 남성 관객의 휴대폰 소리가 1분여 동안 계속된 것.

세계적인 교향악단의 내한 공연 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결례였다. 공연의 흐름은 끊어졌다.

인터넷 클래식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휴대폰 폭탄에 오염당한 아다지오(ja***)" "이번 공연의 옥에 티는 길고 컸던 휴대폰 벨소리(envy*****)" 등 비난이 쏟아졌다.

샤이도 공연 후에 "객석의 휴대폰 소리를 나도 들었는데 그가 1분여 동안이나 전원을 끄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단원들이 내 얼굴만 바라보고 있어서 국면을 전환해야 했으며 그 소리는 공연에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최정상급 교향악단의 내한공연이 잇따르고 국내 클래식 연주단과 연주자의 수준이 세계적인 반열에 오르고 있지만 관람객의 에티켓은 아직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 12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말러 교향곡 3번 연주회,금호아트홀의 '브람스 에센셜' 공연에서도 휴대폰 벨소리가 공연을 망쳤다.

작년 2월 피아니스트 임동혁 씨는 휴대폰 소리가 쇼팽의 선율을 깨트리자 연주를 마친 다음 소리가 울린 객석 쪽을 한동안 노려보기도 했다.

악장 사이의 박수,지나친 기침 소리,연주회장에 들어갈 수 없는 7세 이하 아동의 소란 등도 문제다.

음악 칼럼니스트 유형종 씨는 "휴대폰 벨소리가 울리는 비율이 외국에 비해 현저히 높다"고 지적했다. 초대권 관람객 등 음악을 진지하게 듣기 위한 준비가 부족한 청중이 많은 데다 최근에는 공연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바람에 전화기 화면의 빛이 관람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어 불만을 토로하는 관객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전파차단기를 공연장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예술의전당 측은 "전파차단기 사용은 전파법 제29조와 전기통신사업법 제79조 제1항에 의해 금지돼 있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전파차단기는 특정 회선을 차단하는 유선전화와 달리 지역 전체를 막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이용자들의 불편이 크고 사생활 침해 등 문제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파를 차단한 일본의 산토리홀에서는 최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별 문제 없이 공연을 마쳤다.

전파차단기의 기술적 보완책을 찾고 관객의 관람의식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