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류시열 회장대행(73)과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장(61)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류 대행은 라응찬 전 회장이,한 이사장은 신상훈 전 사장이 직 ·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내분사태 제2라운드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과 한동우 · 고영선 전 신한생명 사장의 이름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신한금융은 29일 제6차 특별위원회(특위)를 열고 회장 후보를 추릴 예정이다.

◆라 전 회장,재일교포 주주에 지원 요청

라 전 회장은 지난 주말 도쿄에서 열린 팔산회(八山會)에 참석했다. 8명의 원로급 재일교포 주주 모임이다. 재일교포 사외이사인 정행남 이사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라 전 회장은 "류 대행을 차기 회장으로 밀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 회장에 욕심이 없다던 류 대행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그는 지난 주말 지주사 임직원들과 함께 청계산에 올랐다. '마음을 비운 사람의 행보는 아니다'라는 게 신한금융 안팎의 시각이다.

라 전 회장은 류 대행 외에 오랜 친분이 있는 강 위원장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강 위원장은 후보 평가 기준의 30%를 차지하는 '신한금융과의 적합성'(나머지는 도덕성 30%,업무전문성 40%)이 문제다. 신한금융과 특별한 인연이 없어 재일교포 주주들의 지지를 받을지가 관건이다. 노조가 "현 정부와 관련 있는 인사는 안 된다"며 반대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한 관계자는 "라 전 회장은 류 대행과 강 위원장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여의치 않을 경우 한동우 · 고영선 전 사장을 내세울 것이란 얘기가 회사 안팎에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라 전 회장은 2년 남은 이사 임기를 만료 때까지 채우기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일교포 사외이사는 한택수 지지

한 이사장은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신 전 사장과 친분이 두텁다. 신 전 사장이 오사카지점장을 지내던 1990년대 초반 주일 대사관 재무관 및 공보관을 지냈다. 당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재일교포 주주들이 선호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9년 신한은행의 일본현지법인(SBJ)을 세우는 데도 막후에서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후문이다. 또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원 · 엔 통화 스와프 확대에도 역할을 해 현 정부의 평가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평가 기준의 30%를 차지하는 도덕성이다. 한 이사장은 재정경제원 관세심의관 시절이던 1996년 주식을 불법으로 상장시켜준 대가로 기업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3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다. 라 전 회장 측에선 "이런 사람을 신한금융의 회장으로 앉힐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이사장 측은 그러나 "공직에서 물러난 뒤 우리은행 감사위원장,그린화재와 신한카드 사외이사 등을 지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로서 흠집이 될 수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노조는 "외부 인사 수용 가능"

신한은행 노조는 신한카드 등 계열사 노조와 함께 오는 31일 성명을 내기로 했다. 핵심 내용은 △라 전 회장,신 전 사장,이백순 전 행장 등 '빅3'는 모두 회장 인선에 개입하지 말라 △현 정권과 가까운 인물은 안 된다 △외부 사람을 배척하지 않되 신한과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재일교포 주주와 노조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등 4가지다. 노조의 주장대로라면 강 위원장을 반대한다는 얘기가 된다. 이렇게 보면 류 대행과 한 이사장 간 2파전으로 압축될 것 같다는 것이 신한금융 안팎의 관측이다. 신한금융 특위는 29일 회의에서 헤드헌팅 회사들이 추천한 20여명의 후보를 검증한다. 내달 8일 다시 회의를 열고 후보를 2~3명으로 압축한 뒤 중순께 최종 후보를 결정할 예정이다. 29일 특위에서 후보가 10명 이내로 압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 관계자는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