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2년 가까이 남았음에도 새해 벽두부터 투자자들의 눈길이 차기 대선주자 관련주로 향하고 있다. 예비 대선 후보자들과 관련된 종목들이 단기간 반짝 상승세를 보이면서 급등락을 반복해 주의가 요망된다.

이른바 '잠룡주'들에 대한 관심은 지난달 20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자신의 복지 구상을 밝힌 '한국형 복지국가' 공청회가 불을 붙였다. 현역 의원만 80여명 참석한 이 공청회에서 박 대표는 차기 대선을 겨냥한 자신의 복지 구상을 제시했다. 다음 날부터 증시에선 박 전 대표의 친동생 박지만씨가 최대주주인 EG를 비롯,이른바 '박근혜주'가 뜨기 시작했다. 21일 13.20% 급등한 EG는 이후 8일간 25.12%(7650원) 더 올랐다. 같은 기간 동양물산(153.75%),아가방컴퍼니(61.13%),넥스트칩(21.59%)도 급등했다.

가장 이득을 본 사람은 박지만씨다. 박씨는 주가가 급등하자 지난달 28~29일 20만주를 매도해 74억원을 현금화했다. 보유주식 매도 사실이 공시된 이달 4일부터 박근혜주는 약세로 돌아섰다. 이후 나흘간 EG는 11.15% 하락했고,동양물산(-23.15%),아가방컴퍼니(-15.76%)도 급락했다. 박씨는 17대 대선을 앞두고 EG 주가가 오른 2007년 12월에도 26만주를 3만원 전후에 매도한 뒤 이듬해 8월 8040원에 108만주를 유상증자로 취득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등 경쟁관계인 정치인 관련주도 비슷한 흐름을 보여 눈길을 끈다. '손학규주'로 꼽히는 초록뱀은 지난달 21일부터 9일간 18.66% 상승했다 이달 4~5일 7.86% 하락했다. 정 전 대표가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이 지분 투자를 한 코엔텍도 같은 기간 83.12% 급등했다 이달 4일부터 사흘간 23.59% 떨어졌다. 아직 차기 대선주자 간 경쟁구도가 명확치 않아 박근혜주의 후광을 같이 누리는 분위기다.

테마주로 분류되는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지난달 29일 삼천리자전거 참좋은레져 에이모션 등 자전거 관련주가 '이재오주'로 분류되며 나란히 상한가를 쳤다. 이날 저녁 이재오 특임장관이 친 이명박계 의원 30여명과 송년회를 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이 장관이 2007년 자전거로 '한반도 대운하' 구간을 탐방하는 등 평소 자전거를 탄 모습이 자주 언론에 비쳤다는 것이 이유다.

한 애널리스트는 "차기 대권주자들의 행보에 따라 테마가 형성되지만 뜬금없는 경우도 있다"며 "일부 세력을 중심으로 테마가 양산되고 있는 만큼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테마주'로 분류됐던 이화공영 삼호개발 삼목정공 등 4대강 관련 종목은 특별한 주가 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증시에서는 레임덕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