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한나라당 내부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 가능성에 대해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 본인은 수차례 "내 임기 중 레임덕은 없다"고 강조했지만 당에서는 '비현실적인 얘기'라며 레임덕을 받아 들이고 그에 따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대선주자들의 본격 행보를 레임덕의 출발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집권 4년차 레임덕 현상은 자연스런 현상"이라면서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올 하반기면 누구나 레임덕을 공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캠프를 차리고 대권 레이스를 본격화하면 자연스럽게 대통령과 각이 설 것이고,이때 레임덕 현상이 눈에 띄게 드러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홍준표 최고위원도 지난 4일 한 라디오에서 "레임덕이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문제는 최근 대선 후보들이 조급한 마음에 뛰쳐나오는 것"이라며 "대권 주자들이 조기에 시동을 걸어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역시 박 전 대표의 행보를 레임덕과 연결시켰다.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이 레임덕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 소장파 의원은 "지난해 말 예산안 단독처리 이후 이 대통령에 대한 실낱같던 국민들의 기대마저 사라져버린 느낌"이라며 "레임덕은 거기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후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소속의원 23명은 "향후 물리력으로 의사 진행하는 것에 반대하며 이를 어길 경우 19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청와대와 당 지도부에 반기를 들었다.

당 관계자는 "일년 전만 해도 15~20명 정도 됐던 순수 중립계 의원들이 한두 명을 빼면 모두 친박으로 돌아선 느낌이고 친이계에서도 월박(越朴)을 타진하는 인사들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친이계는 없어진 지 오래"라며 "이제는 각자도생을 하려는 반박(反朴)계만 있을 뿐"이라고 친이계의 와해 분위기를 전했다. 친이계 초선 의원은 "청와대가 지난해 말 개각에서 16명의 장관 중 10명을 친이 직계와 청와대 참모출신으로 채운 것은 레임덕 우려를 스스로 인정했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론도 있다. 안경률 의원은 "지지율이 50%로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면서 "레임덕 얘기는 레임덕이 빨리 왔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들의 얘기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