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범 뮤직홈소리나눔 대표(34)는 대학에서 플루트를 전공한 음악인이다. 하지만 연주자의 길을 접고 대학 졸업과 함께 음악공연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방 출장길에 3일간 노숙자 생활을 직접 체험한 게 공연사업에 발을 들여놓게 한 계기다. 서 대표는 "삶을 포기한 노숙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고 고민한 것이 사업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2005년 노숙자밴드를,2007년엔 장애인밴드를 결성했다. 그는 "처음엔 누구도 가능성을 얘기한 사람이 없었다"며 "하지만 이젠 피아노 바이올린 클라리넷 등을 매달 520명의 문화 소외계층에 무상임대하고 무료레슨까지 한다"고 소개했다. 뮤직홀소리나눔은 장애아를 위한 음악회,고아원 · 양로원 방문 음악콘서트 등 봉사활동을 하며 사회적 책임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이런 좋은 뜻이 알려지면서 음악강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서 대표는 "사회적 약자를 돕겠다고 시작한 것이 창업 10년 만에 1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국내 최고의 레슨전문 업체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같은 수준의 사회공헌 활동과 전략을 실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중소기업도 큰 경제적 부담을 들이지 않고 이해관계자와 임직원의 자발적인 참여로 사회적 책임경영을 실천해 성과를 내고 있다.

피케이밸브(대표 박헌근)는 법정관리 과정을 거치면서 생긴 주인의식 결여,자신감 상실 등 침체된 기업문화를 개선해야 했다. 이때 사회적 책임경영을 도입,노사갈등을 해소해 8년간 무분규 사업장으로 변신하게 됐다. 회사 관계자는 "직원들이 내부적으로 모범적인 노사문화를 만드는 사회적 책임경영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지난해엔 1046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공업용 필름을 생산하는 성도GL(대표 김상래)은 직원 만족을 사회적 책임경영의 근간으로 삼아 추진했다. 2008년엔 파주에 복합문화 공간 '퍼플'을 개관해 지역주민들에게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제공했다. 2003년부터는 임직원 급여의 1% 수준을 회사지원금으로 적립해 불우한 이웃이 문화와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김동수 한국생산성본부 지속가능경영센터장은 "사회적 책임경영을 회사 내부에서 실천하다 보면 기업 이미지 개선과 매출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

한경ㆍ중기청ㆍ한국생산성 본부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