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 사이에 밀리터리룩이 유행하고 남성들이 두피관리를 받는다. 트위터 ·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낱낱이 공개하면서도 프라이버시를 보호받고 싶어한다. 소비자들은 더이상 모순된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거침없이 발산한다. '두 마리 모순의 토끼'를 모두 잡으려고 한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팀은 《트렌드 코리아 2011》에서 내년도 소비트렌드의 10대 키워드를 'TWO RABBIT(두 토끼)'이라는 단어로 압축한다. 두 마리 토끼는 모순을 의미한다. 소비의 양면성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얘기다.

가령 소비자들은 여유로운 여가시간을 자기계발에 더욱 쏟을 전망이다. 휴가기간 중 성형수술을 하거나 자격증 시험공부에 몰입하는 것이다. 그들은 또한 제품을 직접 만들면서도 전문가의 손길에 과감히 맡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만들지만 파워 블로거의 지침에 따라 투자하는 것이다.

미래 예측이 어려워지면서 현재지향적이고 즉각적인 소비가 늘어나는,즉석경제 시대도 활짝 열릴 전망이다. 초고가 명품을 사들이던 소비자들이 자라와 유니클로 등 중저가 패스트패션에 관심을 돌리는 게 대표적이다. 급변하는 시대에는 긴 생명보다 짧은 주기의 상품이 더욱 경제적이란 확신에서다.

넘쳐나는 정보 시대의 소비자들은 신뢰를 더욱 갈망하게 된다. 서울우유가 제조일자를 자발적으로 도입했을 때 판매량은 15%나 늘었다. 믿음에 대한 기대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