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의 유상증자가 잇따르고 있어 투자자들이 고민에 빠졌다. 평소 눈여겨 본 회사의 주식을 싼 값에 취득할 기회가 생긴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유상증자는 단기간 주가 급락을 불러오기 때문에 섣부르게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잘 아는 기업에 한해 투자할 것을 주문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유가증권) 상장사 후성은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신주 600만주를 발행하는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진행 중이다.

주당 예정 발행가액은 이사회 결의일 당일 주가인 3985원보다 약 20% 할인된 3195원이다. 유상증자 결의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 최종 발행가액은 이보다 더 낮아질 전망이다.

후성은 방위사업 기업인 퍼스텍의 화학사업 부문이 2006년 따로 떨어져 나와 설립된 회사다. 주로 에어컨용 냉매제, 자동차용 매트, 반도체 특수가스 등을 판매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히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냉매제는 우리나라에서 후성이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후성은 환경오염 등의 이유로 냉매제 시장 성장이 둔화되자 최근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LiPF6(리튬이온 전지 및 리튬폴리머 전지의 전해질)을 본격 생산하며 신규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북미의 소재업체와 합작법인을 만들어 LG화학 테크노세미켐 등이 생산하고 있는 전해액 시장에도 진출키로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후성의 이같은 신규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2차전지와 소재 부문의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LiPF6에서 전해액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가 이뤄지면 후성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실적도 좋아지고 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1347억원의 매출을 거둬 작년 같은기간에 비해 26.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61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 회사 유상증자의 일반 공모 청약일은 내달 6,7일 이틀간이다.

차병원 계열의 코스닥 기업 차바이오앤은 신주 88만8000주를 발행할 예정이다. 예정 발행가가 8400원인 것을 감안하면 746억원 규모다. 주주들을 대상으로 청약을 받은 뒤 실권이 발생하면 일반에 공모한다.

차바이오앤은 작년 2월 차바이오텍이 IT(정보기술) 부품업체 디오스텍을 통해 증시에 우회상장한 회사다. 기존 디오스텍의 모바일 카메라 렌즈 생산에 차바이오텍의 바이오 사업이 더해졌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카메라 렌즈 부문이 훨씬 크지만 이 회사 주가는 바이오 사업이 좌우한다. 특히 현재 개발중인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실명 치료제 개발은 식약청 임상 승인을 기다리고 있어 기대감이 크다.

최근에는 차병원 그룹이 1500억원을 투입해 서울 강남 한복판에 설립한 에이징 콤플렉스 '차움'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차병원 그룹과 '차움'에 공동 투자한 차바이오앤은 향후 이 부문에서 실질적인 이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최근 한 바이오 업체가 허가받지 않은 성체줄기세포 치료제를 불법 시술한 의혹이 불거져 줄기세포 기업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게 리스크 요인이다. 실제 차바이오앤 주가는 지난달 말 대비 약 35% 하락한 상태다.

이밖에 자기관리형 부동산투자전문회사 다산리츠가 350억원 규모의 신주를 다음달 일반에 공모할 예정이고, 포스코 계열의 삼정피앤에이는 5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결의해 놓은 상태다. 또 배명금속 엔빅스도 각각 210억원과 150억원 규모로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