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0] '세계가 함께하는 미래준비'…열린 사회ㆍG20회의와 연계
포럼은 열린 공간이다. 어원(語源)인 로마어 포룸(forum)은 원래 도시 광장을 뜻했다. 발전된 형태인 국제포럼은 그러나 수백명,많게는 수천명의 청중 앞에서 시간적 제한을 두고 이뤄지기 때문에 자유토론과는 상당한 거리가 생겼다. 오히려 청중들이 참관할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어 놓고 대표주자들이 토론을 벌이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발표와 토론내용은 이후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작은 포럼에 큰 영향을 준다. 그런 점에서 국제포럼은 전 세계 지식인들의 자유토론을 자극하는 촉매라고 할 수 있다.

국제포럼을 기획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그 해의 아젠다(agenda:의제)를 정하는 데 많은 신경을 쓴다. 보통의 경우 국제포럼은 최소 1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치는데 초기 3개월 정도를 아젠다를 만들어 내는 데 쓴다.

글로벌 인재포럼 공동 주최기관인 한국경제신문과 교육과학기술부,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지난해 11월 초 인재포럼을 마친 뒤 곧바로 2010년 포럼 아젠다 준비에 들어갔다. 수차례 회의 결과 반드시 포함돼야 할 키워드들로 뽑힌 단어는 '다양성''주요 20개국(G20)''경제위기 이후''선진국과 개도국의 가교''새로운 권력 이동''아시아적 가치''국제 금융규제' 등이었다.

미국발(發) 경제위기 이후 전 세계는 △금융위기가 한 나라의 힘만으로는 극복될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다는 점 △그런 경제위기는 언제든 다시 촉발될 수 있다는 점 △미래의 주인공인 인재들을 기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점 등에 쉽게 의견을 모을 수 있었다. 특히 G20 서울 정상회의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행사 간 연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도 동의했다. 문제는 이런 복잡한 내용들을 5~6단어 이하로 축약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올해 아젠다 '세계가 함께하는 미래 준비(Open and Ready for Tomorrow)'는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개방과 협력을 통해 미래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교육 및 인재정책과 인재경영 방향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비전을 품고 있는 주제다. 특히 우리나라가 비(非)영어 사용국가 가운데 처음으로,아시아에서 최초로,또 비선진국 가운데 처음으로 의장국을 맡은 역사적인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열리는 만큼 한 나라가 아니라 여러 나라가 함께,한 업종이 아니라 이(異)업종 간 교류를 통해,그리고 현재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한 아젠다이다. 다양성의 이슈를 잊지 않기 위해 열린(open) 포럼이라는 점을 영문에 강조했고,경제위기 이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미래를 개척해 가자는 의미에서 준비(ready)에 초점을 뒀다. '세계가 함께하는'은 G20 정상회의와의 연계를 강조하는 단어다.

아젠다가 정해지자 기조연설과 각 세션 구성에는 속도가 높아졌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벌이는 기조대담 '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과제(글로벌 리밸런싱과 금융규제)', 자크 아탈리 프랑스 플래닛 파이낸스 회장과 199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먼델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연사로 나서는 '빨라지는 글로벌 권력이동', 제프리 페퍼 미국 스탠퍼드대 석좌교수가 발표하는 '21세기 교육,모험이 필요하다''내일의 직장에는 어제의 인재가 필요없다' 등을 여기에 기반해 기획했다.

올해 인재포럼의 아젠다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만하다. 다른 유수의 세계 포럼들이 사실상 아젠다 선정을 '포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세계 최고의 국제포럼으로 꼽히는 다보스포럼의 올해 주제는 '더 나은 세계:다시 생각하고,다시 디자인하고,다시 건설하자(Improve the state of the World:Rethink,Redesign,Rebuild)'였다. 방향성을 제시하는 새 키워드를 내놓지 못하고 과제를 아젠다로 정했다. 뭘 하자는 얘기가 없다.

기술(technology) 오락(entertainment) 디자인(design)을 아우르는 콘퍼런스로 주목을 받고 있는 TED포럼의 경우 '세계가 지금 필요한 것은…(What the World Needs Now…)'이라는 주제로 '아젠다가 없는 길'을 택했다.

국제포럼의 아젠다는 세계 지식인들에게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오랜 역사를 가진 포럼들이 매너리즘에 빠진 상황에서 이제 5년차인 신생 포럼이 제시한 아젠다에 대해 "용기 있고 여러 가지를 생각케 하는 덕목이 있다"고 평가해 주는 연사들이 많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인적 자원 문제를 다루는 세계 최초 포럼으로 2006년 출범한 글로벌 인재포럼의 첫 해 아젠다 겸 상시 슬로건은 '인재가 미래다(Global Talent,Global Prosperity)'였다. 5년째인 올해 인재포럼은 세계와 미래를 관통하는 아젠다로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권영설 한경 글로벌 인재포럼 사무국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