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의 시대는 가고 앱의 시대가 오고 있다 했던가. 스마트 폰 가입자 수가 머지않아 1000만명을 넘어설 것이며,차기 대통령 선거는 트위터에 의해 점령되리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고 보니,사이버 공간의 두 얼굴 모두를 직시할 필요 또한 절실해지고 있다.

정보사회든 산업사회든 공히 장밋빛 전망과 암흑빛 절망이 교차하는 가운데 출현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정보사회의 장밋빛 전망은 단연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한 커뮤니케이션 혁명에 모아졌다. 기존 오프라인 상의 일방적 · 위계서열적 · 권위주의적 소통양식에서 벗어나 상호적 · 수평적 · 민주적 소통이 가능한 온라인 상의 공간이 등장할 것이란 청사진이 펼쳐졌던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성과 세대,인종과 민족,계층과 지위와 같은 '사회적 범주'의 의미가 해체되면서 형식상의 평등 관계가 확보되는 동시에,익명성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음은 물론 과격한 표현,내밀한 고백,심지어 엽기적 상상까지 불사할 수 있기에,'자신이 원하는 진정한 자아'의 표출 공간이 될 수 있으리란 주장이 이어졌다.

나아가 사이버 공동체는 시연(simulation) 문화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현실 공동체의 연산(calculation) 문화와는 질적으로 다른 특징을 보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즉 기존의 규범을 전복하면서 반항적 쾌락을 맛보기도 하고,하이테크 현실 속에 환상을 융합하면서 몽환적 쾌락을 즐기기도 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차이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입장에 대해 신중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이버 공간이 무한대의 자유를 가져다 주리라는 환상이나,사이버 공동체가 현실 공동체의 상호작용 패턴을 바꾸리란 성급한 기대는 모두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미 뿌리 깊은 고정관념과 근거 없는 편견을 내면화한 개인들이 사이버 공동체에 들어갈 경우,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사실만으로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열린 의사소통을 구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온라인 상에서는 느슨한 '자기 규제'의 고리를 타고 극단적 행동을 쉽게 표출할 수 있기에,참가자들 사이에 강력한 친밀감의 고리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지만,익명성이 보장해주는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공동체 내부에 더욱 강력한 권위구조가 만들어지는 역설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이버 공동체 성원들은 동일 코드를 공유하는 데서 오는 강고한 연대의식을 형성하면서,상대방을 향해서는 격렬한 적대감을 서슴없이 표현하는 독특한 행동양식을 보이고 있다.

이제 서구 선진국에선 무한대의 익명성에 제한을 가하기 시작하면서,익명적 자유 대신 자신과 공감할 수 있는 사이버 공동체를 의도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한다. 사이버 만남의 장이 다채로워지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오롯이 드러냄으로써 관심을 공유하는 상대방을 보다 선택적으로 고르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더불어 사이버 공동체에 참여하는 개인들 사이에 타인과의 신뢰관계를 맺기 위한 스킬을 발달시켜가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네 사이버 공동체를 향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앞으로 사이버 공간을 향해 거는 기대와 희망이 있다면 그건 삶의 의미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구해 가는 공간의 기능,일상의 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한 열린 의사소통의 기능,정보 및 지식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확산시켜나가는 통로의 기능,그리고 권력행위에 대한 통제 및 견제 장치의 기능 등을 실현해나가는 데로 모아질 것이다. 단 사이버 공간에 잠재된 해방과 평등의 의미가 오역되거나 남용된다면,그 폐해는 부메랑이 돼 우리 자신에게 돌아올 것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함인희 <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