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사처럼은 아니고 어리벙벙하지만 아이폰과 대화하면서 쓰고 있지”

국내 아이폰 사용자 가운데 최고령 유저로 확인된 연극연출가 김정옥(79)씨의 말이다.

1932년 생인 김씨는 KT가 지난 달 23일 아이폰 사용자 100만명 돌파를 기념해 실시한 ‘올드 유저들의 아이폰 사랑을 응원해주세요’ 이벤트에서 최고령 사용자로 꼽혀 눈길을 끌었다.

딸이 아이폰을 쓰면서 좋다고 추천하길래 올해 1월 아이폰3GS를 구입했다는 김씨는 젊은 사람들도 처음에는 어렵다고 느끼는 스마트폰에 대해 의외로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나는 뭐든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를 좋아하는 성격이어서 아이폰을 처음 살 때도 걱정은 없었어. 쓰다 보니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는데 기능을 배워가는 과정에서 버튼을 잘못 누르는 일이 종종 있으니 그게 좀 걱정이랄까(웃음).”

8개월 정도 아이폰을 사용해 본 소감을 묻는 질문에 김씨는 “나이가 있다 보니 젊은 도사들처럼 능숙하게 쓰는 건 아니고 그냥 어리벙벙해하면서 기계와 대화하는 느낌으로 배우고 있어”라고 말했다.

그런 김씨에게 아이폰 스승이 돼주는 건 올해 고등학교에 들어간 손녀딸이다. 손녀딸이 올 때마다 아이폰 기능에 대해 이것저것 배운다고. “그런데 손녀딸이 한 번 왔다 가면 꼭 벨소리가 바뀌어 있더라고.”

전화통화 외에 아이폰으로 주로 사용하는 건 ‘이메일 주고받기’와 ‘날씨 확인’ 정도다. 여행을 자주 다니다보니 외국에서도 이메일을 체크하고 날씨 정보를 얻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상하게도 아이폰 날씨(애플리케이션)는 네이버만큼 정확하지는 않던데”라며 사용자로서의 불만 사항도 얘기했다.

"아이폰4 보단 화면 큰 아이패드가 더 사고 싶어"

김씨는 최근 아이폰4가 새로 나왔다는 것도 또 기존에 비해 배터리 성능이 향상됐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아이폰을 한 번 쓰고 나니까 이것저것 다른 신제품들에도 눈이 가더라고. 그래서 요즘에는 신문에서 관련 기사도 챙겨보곤 하지. 아이폰4도 써보고 싶기는 해”

김씨는 그러나 "이왕이면 비슷한 휴대폰을 하나 더 구입하는 것보단 화면이 크고 인터넷 하기에 편한 ‘아이패드’에 관심이 간다"고 얘기했다.

요즘 주위 친구들이 하나씩 떠나가는 걸 보며 쓸쓸함을 느낀다는 김씨는 “젊었을 때 아이폰이 나왔더라면 친구들하고 연락도 더 자주하고 좋았을 텐데”라고 말했다.

“20대 중반에 프랑스 유학을 갔었는데, 그때는 전화 한 번 걸기가 힘든 시절이어서 가족이고 친구고 도통 연락을 할 수가 없었어. 그 시절에 아이폰이 있었으면 좀 국제적으로 놀 수 있지 않았겠어?"

김씨는 요즘 아이폰을 통해 ‘페이스북’에 가입하라는 권유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노출 되는 게 싫어 페이스북에는 가입할 생각이 없다고. “내 나이 이제 80에 접어들지만 기분만은 늘 젊게 살려고 노력해. 아이폰 때문에 이렇게 젊은 사람들도 나한테 관심을 보이니 좋네.(웃음)"

중앙대학교 교수를 거쳐 연극연출가로 활발한 활동을 해온 김씨는 현재는 경기도 광주에서 ‘얼굴’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내년에는 새로운 연극작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KT 이벤트를 통해 김씨 외에도 일흔 살 나이에 아이폰으로 비즈니스를 한다는 유재중씨(71세), 부부가 함께 여행하며 아이폰을 즐겨 쓴다는 윤원진(66세), 차완순씨(63세) 등이 아이폰 올드 유저로 선정됐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