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조5천억 순투자…"단일 국적으론 최대 '큰손'"

중국이 우리나라 국채를 차곡차곡 사들이고 있다.

외환보유액에서 달러화 자산 비중을 줄이려는 중국 당국의 정책과 맞물리며 한국 국채가 핵심 매입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중국의 한국 채권 순투자액은 2조4천813억원에 달한다.

이는 룩셈부르크(4조3천184억원), 미국(2조7천577억원)에 이어 가장 많은 규모다.

순투자는 매수에서 매도를 뺀 순매수에서 만기 상환까지 감안한 것이다.

순매수 기준으로는 태국이 12조4천777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독일 5조4천409억원, 룩셈부르크 4조5천35억원, 미국 3조9천301억원 등 순이다.

하지만 태국은 만기가 도래한 채권을 거둬들이면서 순투자에서는 약 2천억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신영증권 홍정혜 연구원은 "상당수 헤지펀드가 조세 회피지역인 룩셈부르크에 설립되고 미국에도 각종 뮤추얼펀드가 등록된 것을 감안하면 단일 국적으론 중국이 최대 '큰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제 펀더멘털이 탄탄한 한국 채권에 글로벌 자금이 '러브콜'을 보내는 현상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다만 중국의 움직임은 다른 국가들과는 사뭇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우선 유일하게 순매수와 순투자 수치가 같다.

중국은 지난해 중순부터 본격적인 한국채 매수에 나섰다.

즉 만기 부담이 없는 상황에서 당분간 사들이기만 하면 된다는 의미다.

또 국채만 사고 있다.

작년 말 중국의 한국 채권 보유액은 1조8천726억원으로 회사채 2억원을 제외한 99.99%를 국채에 투자했다.

다른 국가들이 통안채 등 특수채에 골고루 투자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통안채는 만기가 길어야 2년이기에 만기가 3년 이상인 국채에 투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변동성 없이 매월 3천억~4천억원씩을 꼬박꼬박 매수하고 있다.

사실상 한 명의 투자자(중앙은행)라는 분석이다.

동부증권 신동준 연구원은 "100% 국채만을 매도 없이 꼬박꼬박 사들이기만 하고 있다"며 "일반적인 투자자금은 아니라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이런 추세는 중국의 외환보유액 다변화와 맞물려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약 2조4천500억달러로 한국 국채 비중은 0.1%를 조금 웃돈다.

지난 16일 미 재무무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 규모는 6월 8천437억달러로 전월보다 240억달러(2.7%) 감소했다.

5월 325억달러에 이어 두 달째 줄었다.

중국의 한국물 투자가 위안화 절상과도 연관된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신 연구원은 "위안화 절상 이슈가 불거지기 직전인 지난 5월에 이례적으로 5천억원 이상 사들였다"며 "이는 위안화 환율 시스템인 복수통화바스켓에서 달러ㆍ유로를 제외하고 가중치가 높은 엔화나 원화에 대해 비중을 늘린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정혜 연구원은 "위안화가 강세일 때 함께 강세를 나타내는 게 원화"라며 "한국 국채로 위안화 절상에 대한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