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시장 5조원시대] (1) '럭셔리 대명사' 루이비통 한국매출 年 5900억…"없어서 못판다"
지난 4일 오후 5시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루이비통 매장 입구.직장인 김서영씨(27)가 '입장'한 건 매장 밖에서 기다린 지 30여분이 흐른 뒤였다. 김씨 뒤론 루이비통의 '안내'를 기다리는 70여명이 일렬로 줄지어 서 있었다. 이소영 루이비통 점장은 "손님이 몰리는 주말이나 평일 오후에는 기다리지 않으면 들어올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 달에 90억원 이상 판매하는 이 점포는 전 세계 루이비통 매장 가운데 매출액 기준 '№3'로 통한다.

김주남 롯데면세점 마케팅팀장은 "국내 면세점 매출의 절반은 외국인이 사간 것이지만 한국인이 해외 면세점에서 구입해 들여오는 금액이 이보다 더 많다"며 "사실상 한국인의 '면세점 명품 쇼핑' 규모는 국내 면세점 매출을 웃도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폭발하는 명품시장
[명품시장 5조원시대] (1) '럭셔리 대명사' 루이비통 한국매출 年 5900억…"없어서 못판다"

명품이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다. 올 상반기 롯데 현대 신세계 갤러리아 AK 등 국내 5대 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1조1507억원.작년 상반기(9872억원)보다 17%나 늘어나 연간으로는 2조3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2005년 8670억원에 불과했던 5대 백화점의 명품 매출이 5년 만에 세 배 가까이 성장하는 셈이다. 이는 루이비통 샤넬 등 50여개 수입의류 및 잡화 브랜드와 까르띠에 등 시계 · 보석 브랜드 매출만 집계한 것으로,수입 자동차와 화장품 향수 수입가구는 제외한 수치다.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명품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올 상반기 국내 공항 및 시내 면세점 매출은 1조8800억원으로 작년 상반기(1조6600억원)에 비해 12.8% 늘어났다. 김 팀장은 "올해 국내 면세점 예상 매출 3조8000억원 중 1조8000억원가량은 명품에서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백화점과 면세점에서만 연간 4조원이 넘는 명품이 팔려나가는 셈이다. 여기에 인터넷 쇼핑몰과 NC백화점 등 병행수입 업체들이 수입하는 물량,서울 청담동에 있는 명품업체들의 자체 매장 판매분,여주 및 김해 아울렛에서 판매되는 명품 매출을 더하면 국내 명품시장 규모는 5조원이 넘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산하고 있다.

◆'매출 1000억원 클럽' 속속 가입

100만원짜리 루이비통 핸드백인 '스피디 모노그램 35'의 별명은 '3초 백'이다. '지영이 백'이라고도 불린다. 길거리에 나서면 3초마다 한번씩 볼 수 있어서,'지영'이란 이름만큼 흔하다고 해서 각각 붙여진 것이다. 그 덕에 루이비통코리아의 매출은 2001년 494억원에서 지난해 3721억원으로 8년 만에 7.5배로 불어났다. 여기에 면세점 판매액 2200억원을 더하면 루이비통이 작년에 한국에서 올린 매출은 모두 5900억원에 달한다.

대다수 명품 브랜드의 한국 매출이 늘면서 '매출 1000억원 클럽'(면세점 판매액 포함)에 가입한 브랜드도 속속 나오고 있다. 구찌(2200억원) 프라다(1300억원) 등 낯익은 브랜드는 물론 워낙 고가인 탓에 국내에 몇 개밖에 점포를 내지 않은 샤넬(1600억원)과 에르메스(1400억원)도 지난해 매출 1000억원 고지를 넘어섰다.

◆잡화 · 시계는 '껑충',의류는 '찔끔'

이일환 예거-르꿀뜨르 한국 매니저는 올 1월 스위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 브랜드가 진출한 40여개국 중 한국의 성장률(약 150%)이 1위를 기록,상을 받으러 간 것이다. 예거-르꿀뜨르는 최소 1000만원은 줘야 팔목에 찰 수 있는 고급 시계 브랜드.이 매니저는 "금융위기 여파로 예거-르꿀뜨르의 전 세계 실적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더 주목을 받았다"며 "대한민국에 '명품시계 열풍'이 불고 있는 만큼 올해 매출도 작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대 백화점의 명품 판매 내역을 보면 까르띠에 불가리 등 30여개 고급 시계 · 보석 브랜드 매출은 2005년 820억원에서 지난해 2700억원으로 229%나 확대됐다. 핸드백 지갑 등 잡화를 주로 다루는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등 20여개 브랜드 역시 같은 기간 4520억원에서 1조2730억원으로 불어났다. 반면 아르마니 센존 등 40여개 의류 브랜드는 3330억원에서 4670억원으로 4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원준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전무)은 "요즘 고객들을 보면 옷은 중저가 제품을 여러벌 구입해 자주 갈아입는 대신 가방 지갑 벨트는 명품으로 구입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