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회사 구조조정과 저축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이 조만간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공적자금 투입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구조조정기금을 통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늘어난 부실채권을 사주는 형태로 이뤄지고 오는 25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그 규모가 결정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구조조정 대상 건설사도 발표된다. 시공능력 300위까지의 건설업체 가운데 15~20개 정도가 C등급인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이나 D등급인 부실(법정관리 또는 자력회생) 판정을 받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건설사나 저축은행들이 이 같은 상황에 몰린 것은 부동산 경기 악화에도 불구하고 건설사들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고,이 과정에서 저축은행들이 무분별하게 PF대출 규모를 늘린 데 따른 부실 때문임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물론 건설사 퇴출사태가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지만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된다. 구조조정 지연은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만 키울 뿐이고,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건설사가 각종 지원에 기대어 연명하는 '좀비 기업'으로 살아남아 시장을 어지럽히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차제에 엄격한 평가를 토대로 옥석 가리기가 분명하게 이뤄져야 할 이유다. 소극적 판정으로 살아남은 건설사마저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퇴출 대상이 확정되면 채권단은 해당 건설사에 대한 대출에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저축은행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부실채권을 처리해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조7000억원어치의 부실채권을 사줬는데도 또다시 공적자금을 동원해야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저축은행이 구조조정 노력을 게을리했고 감독당국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저축은행 공적자금 투입 역시 강도 높은 자구노력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깨진 독에 물붓기'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