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발사 왜 연기됐나…발사 3시간 앞두고 소화용액 분출
기대를 모았던 한국의 첫 우주로켓 나로호(KSLV-1)가 소화용액 분출이라는 예기치 못한 돌출 상황으로 또다시 발사가 연기됐다. 추진제 공급설비가 본격 가동 중이던 오후 1시52분께 발사대에서 갑자기 소화용액이 터져나오자 발사대 바닥과 나로호 선체 밑단은 순식간에 소화용액으로 하얗게 뒤덮였다. 문제가 생긴 곳은 발사체(나로호)가 아닌 발사대 시스템이다. 발사대와 발사체 간 고온 · 고압의 물질이 오가는 과정에서 생길지 모르는 화재에 대비한 소방 설비가 오작동을 일으킨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 전문가들은 정교한 원인 분석에 착수했으며 소화용액이 시스템에 물리적 타격을 가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어디가 문제인가

소화용액을 뒤집어쓴 발사대 시스템은 초고온과 극저온을 동시에 견뎌야 하는 거대 기계설비다. 이는 나로호를 떠받치는 지상 기계설비,연료와 산화제를 주입하는 추진제 공급설비,발사관제 설비로 나뉜다. 항공우주연구원은 2007년 3월 러시아에서 시스템 설계도면을 건네받아 이를 토대로 관련 기업과 함께 발사대 시스템을 만들었다. 발사체 지하 85개 방에 위치한 270여개 거대 시스템에 연결된 전선의 길이만 140㎞에 달하며 400바(bar)의 기압을 견뎌낼 수 있는 배관이 1.5㎞ 길이로 문어발처럼 깔려 있다.

문제가 생긴 소방설비 역시 이들 시스템과 연결돼 있다. 나로호 추진제는 액체산소와 액체질소,케로신(등유) 등인데 액체산소는 영하 183도 이하,액체질소는 영하 196도 이하를 유지하면서 발사대에서 발사체로 공급된다. 반면 발사시 나로호 밑에서 나오는 화염은 섭씨 3000도 이상이다. 발사대 시스템은 발사 3초 전부터 초당 900ℓ가 넘는 물을 뿌려 3000도를 450도까지 낮출 수 있게 설계됐다. 발사대 시스템 구축에 참여했던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발사대와 발사체 주변 온도를 감지해 특정 상황에서만 작동해야 하는 소방 노즐이 잘못 작동했다면 잘못된 전기적 신호가 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시스템 오작동이 두 번 연속 발생함에 따라 발사대 시스템에 뭔가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로호는 지난 7일 발사대 케이블마스트와 연결하는 과정에서 1단 GSM(발사체 이륙 전까지 발사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전기장치) 전기신호에 문제가 생겨 기립이 늦어졌다.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은 "큰 문제는 아니었으며 분리 후 재차 확인을 거쳐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발사대 시스템에서 오류가 두 번 연속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라 항우연 내부에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홍일희 항우연 발사체연구본부 팀장은 "예측하지 못했던 부분이고 정밀한 점검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일정은

발사 지연은 흔하기 때문에 발사 성공 여부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유럽의 아리안 5 발사체는 2006년 3월 발사 때 발사관제 시스템 장비나 기체 공급라인 이상으로 발사가 세 번이나 연기된 적이 있다. 일본도 2003년 9월 발사체 H2A 발사 운용 중 발사체 자세계측장치 내 전압변환기 동작 불안정으로 발사 직전 중지한 바 있다. 나로호는 작년에도 발사 예정일이던 8월19일이 25일로 한 차례 조정됐으며 25일 당일에는 발사대 시스템이 문제 없이 작동했다. 한 · 러 비행시험위원회는 이날 오후 6시 회의를 열고 원인 분석과 향후 발사 일정 조정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주는 남해를 중심으로 비가 예보돼 있어 발사 예정일은 최소한 다음 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외나로도(고흥)=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