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제조업체인 네덜란드의 ASML은 지난해 글로벌 물류기지를 영종도 인천공항 자유무역지대로 옮겼다. 당초 싱가포르 등 아시아 여러 곳에 부품창고를 지어 물류기지로 운영했지만 배송시간 단축을 통한 물류비 절감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 그 결과 수출주문을 받은 뒤 항공기에 적재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배송리드타임)을 당초 20~30시간에서 2시간으로 크게 줄였다. 인천공항의 배송리드타임이 일본 · 대만(21시간 이상)이나 미국 · 프랑스(40~50시간)에 비해 10~20배 빠르다는 점에 착안해 거둔 대성공이었다.

국내 다국적 물류기업인 범한판토스도 2006년 물류허브를 인천공항으로 옮겨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중국 옌타이 등에 소재한 배송물량을 중국 내 여러 공항을 통해 수송했지만 이틀씩 걸리는 항공기 화물 탑재시간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범한판토스는 현재 배송시간을 종전보다 20~36시간 단축해 물류비 절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인천 공항 자유무역지대가 '세계 물류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 ASML이나 범한판토스의 성공이 알려지면서 다국적 물류기업들이 인천공항 자유무역지대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5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인천공항의 물류 경쟁력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세계적인 반도체장비 기업과 물류업체들이 아시아 및 글로벌 물류허브를 인천공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영국계 다국적 물류기업(화학실험기기 유통업체)인 알파아이샤(Alfa Aesar)는 인천 자유무역지대 6600여㎡에 500만달러를 들여 물류허브를 조성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국제물류협회가 공동으로 지난 1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개최한 '인천공항 자유무역지대 투자설명회'에서도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물류기업인 E사 등 10여개 다국적 기업들이 물류허브 구축을 위해 자유무역지대에 투자의향을 보였다. 특히 반도체,의료기기 등 항공물류를 취급하는 E사는 다음 주 전문경영인(CEO)이 직접 자유무역지대를 방문키로 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오키나와에 물류기지를 둔 일본의 한 항공화물업체도 인천공항으로 물류허브 이전을 검토 중이며 미주,호주,네덜란드 등을 거점으로 항공화물을 취급해 온 국제 화물항공사들도 인천공항 화물항공기 증편을 서두르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물류업체들이 인천을 글로벌 물류허브로 주목하는 것은 수출입 및 화물통관절차가 크게 개선되고 선적 · 환적 운송시스템이 간편해 수송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천공항은 올 들어 반도체 · LCD를 비롯해 IT 및 전자제품 물동량이 폭증하면서 지난 3월 전체 화물 물동량이 24만2000t(추정치)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 늘어났다.

인천공항공사는 이 같은 추세에 힘입어 반도체와 의료기기,명품 등 고부가가치 항공화물의 글로벌기지 유치에 본격 나서고 있다.

인천공항 자유무역지대에는 물류기업인 쉥커(독일)와 세계 2위 미국계 물류시설 개발업체인 AMB 등 외국계 기업 25개사 등 193개 물류기업이 입주해 있다.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