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가 삼성그룹의 미래를 이끌어갈 신수종(新樹種) 사업의 메카로 부상한다. 삼성은 세종시에 총 2조500억원을 투자,그린 에너지와 헬스케어 등 차세대 성장사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을 11일 발표했다.

삼성은 세종시에 165만㎡(50만평) 규모의 부지를 확보했다. 전자,SDI,LED,SDS 등 5개 계열사가 사업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예상 고용인원은 1만5800명으로 삼성전자의 핵심사업장인 경기 기흥(반도체)과 충남 탕정(LCD)에 버금가는 규모다.

◆세종시, 삼성의 새 '심장'으로

김순택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부회장)은 11일 "2007년부터 신수종 사업을 탐색하기 위한 팀을 꾸리고 투자 부지를 물색해 왔다"며 "세종시가 그린에너지,2차전지,헬스케어와 같은 차세대 성장사업의 적격지라고 판단해 입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린에너지 사업은 △삼성SDI가 추진 중인 대용량 전력 저장용 전지와 연료전지 △삼성전자의 태양광 발전용 전지 △삼성LED의 LED 조명 등으로 나뉜다. 2015년까지 순차적으로 1조12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부문 예상 고용인원은 1만100명으로 보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대전 대덕 연구단지,삼성SDI 천안공장 등과 인접해 있는 만큼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계열사는 삼성LED다. 이 회사는 세종시에 연간 1억개 이상의 LED 조명을 만들 수 있는 생산기지를 설립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차세대 제품을 조기에 생산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IT · BT 융 · 복합사업 추진

삼성은 BT(바이오 기술)와 IT(정보 기술)의 융 · 복합 사업인 헬스케어 부문에도 3300억원 규모를 투입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삼성전자가 주축이 돼 진행한다. 삼성전자 경영진들은 지난해 10월 창립 40주년 비전 선포식에서 건강,환경,라이프케어 등 건강 관련 사업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 부회장은 "전자의 최첨단 IT 기술을 BT에 적용해 의료기기 제약 등에 적용할 방침"이라며 "곧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회사의 금융정보 등을 저장하는 데이터 센터,전화와 이메일 등을 통해 고객을 응대하는 콘택트 센터 등도 세종시에 들어선다. 세종시와 인접한 삼성전기 공장에는 4500억원을 들여 전자회로 기판 생산라인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르면 올해 중 투자에 착수하기로 했다.

◆"미래사업 최적지…추가 투자도 가능"

삼성은 이날 향후 투자규모를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세종시의 강점은 기초 과학 분야를 비롯한 여러 분야가 한꺼번에 몰려있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2~3년 안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을 찾으면 세종시에 추가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곧이어 "정부가 말한 국제과학 비즈니스벨트 조성이 안 된다면 굳이 세종시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며 "그때는 다시 (투자 계획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세종시 입주 가능성이 거론됐던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사업이 투자 대상에서 제외된 데 대해서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아직 구상 단계"라며 "사업 계획이 확정되면 언제,어디로 갈 것인지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의 세종시 투자와 이건희 전 회장의 사면을 '빅딜'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전혀 관계 없는 일"이라며 "세종시가 미래사업의 최적지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