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은 구조적 문제다. 매년 대기업,공무원 등 '괜찮은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대학에 들어가는 청년들은 갈수록 늘어난다. 하지만 일자리는 점점 더 줄어드는 추세다. '괜찮은 일자리'가 줄어들수록 역설적이게도 대학 진학률은 더 높아져 가고,대졸자가 늘면서 청년실업은 더 심각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실업의 이면에는 일할 사람이 없어 아우성인 중소기업이 있다. 중소기업은 매년 20만명의 인력부족에 허덕인다.

시각을 고등학교 졸업으로 넓혀보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한국에선 매년 60여만명이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이 가운데 50여만명은 2년제와 4년제 대학에 가고 3만여명은 곧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든다. 1300여명은 군대에 가고 나머지 9만~10만여명은 뚜렷한 직업이 없거나 놀고 있다. 대학에 들어간 50만여명은 2년 내지 4년 가량 취업준비를 하다 졸업한다. 이 가운데 38만여명만 취업에 성공한다. 28만여명은 정규직이고 나머지 10만여명은 비정규직이다. 이 중에서 5만명 가량은 대기업에,23만여명은 중소기업에 취직하고 공무원이나 공기업에는 1만3000명 가량이 들어간다. 12만여명은 '백수'가 된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0여년만에 찾아온 경제위기는 또 다시 청년실업을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해(11월 기준) 청년층 실업률은 7.7%,실업자는 32만5000여명이다. 전체 실업자 82만여명의 40%를 넘어선다. 그나마 이런 숫자는 통계로 잡힌 것일 뿐이다. 통계를 한꺼풀 벗겨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실질적으로 실업상태에 있는 청년층은 100만명을 넘어선 지 오래다. 공식적인 청년실업자 통계 외에 구직활동을 하지 않거나 취업준비에 몰두하고 있는 이들을 합하면 전체 청년층 인구 980만여명 가운데 120만여명 정도가 '백수'다. 체감실업률은 20%를 넘는다.

날로 심각해지는 실업난은 '88만원 세대'로 대표되는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다. 지난해 1년 미만의 단기 임시직에 근무한 뒤 실직한 청년층은 23만7000여명에 달한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좀 더 나은 직장을 얻기 위해 취업공부에 매달리거나,졸업 자체를 미루는 풍토가 자리잡은지 오래다. 한국 사회의 청년 실업자 100만명 시대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김용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청년층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경기변동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며 "경제위기와 같은 상황에선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을 선택하는 청년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조일훈 차장 jih@hankyung.com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