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들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환경의 불확실성을 다루는 능력'이 궁극적인 경쟁력임을 깨닫게 됐다. 특히 불확실한 환경에 대비하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시나리오 플래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시나리오 플래닝을 예측 기법이나 시뮬레이션 도구로 잘못 아는 경향이 있는데,나도 전통적인 사업계획과 별 차이가 없으리라 짐작했다.

이런 선입견은 한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깨지고 말았다. 시나리오 플래닝으로 전략을 성공시킨 사례를 접하고 이것이 단순한 예측 도구가 아니라 조직의 생존력을 키우고 미래지향적 사고를 증진시키는 혁신 도구라는 것을 깨달았다. 또 우리 회사의 전략과제 수행에 적용하면 새로운 결과를 얻으리라 확신했다. '실제로 적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즈음 《시나리오 플래닝》이란 책을 접하게 됐다.

이 책은 시나리오 플래닝에 대해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처음에는 '이렇게까지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진행하면서 생각을 고쳐먹게 됐다. 많은 경영서적이 구체적인 방법론을 숨기고 성공 결과만 보여주지만,이 책은 옆에 컨설턴트가 앉아서 친절하게 지도하듯이 방법론의 세세한 부분까지 알려준다.

현재 우리 회사는 전략과제 하나를 정해 시나리오 플래닝으로 해결하는 중이다. 과정을 하나씩 밟는 동안 그동안 환경의 불확실성에 너무나 무지했고 안일하게 대처했음을 깨달았다.

시나리오 플래닝이 생소해서 조금 불편하긴 하다. 예전으로 회귀하고 싶은 유혹도 느낀다. 이 책의 상세한 안내가 없었다면 포기했을지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시나리오 플래닝을 로열더치셸,아스트라제네카 같은 글로벌 기업이나 가능한 첨단 경영기법으로 오해하지만 이 책은 작은 조직이라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려 애쓰는 많은 기업들이 이 책을 읽고 변화무쌍한 환경의 불확실성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바란다.

이상훈 현대오일뱅크 상무